캠브리지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나서
베낭을 끌고 지고 워털루 역으로 갔답니다.
워터루 역에서 부뤼셀로 가는 해저 기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역내에 있는 코인락커에 베낭세개를 보관한다음 다시 시내로 갔습니다.
런던시내는 현대식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아기자기 한것이 꼭 테마공원에 놀러간 기분이었어요.
셜록홈즈 박물관을 갔다와서 신나하는 애들을 데리고
런던성으로 갔습니다..
중세시대 갑옷이며 무기...화려한 왕관들..신기한 볼거리들이
많았습니다... 다섯명이 주욱 나래비를 서서 런던브리지로
걸어가는데 한국의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청년 두명이 말다툼을
벌리고 있더라고요..
'여기까지 와서 왜 고생스레 걸어야 하냐느니,
걷는게 곧 여행이라느니....'
걷다보면 힘은 좀 들지만 걸어다니는게 여행,
맞습니다.
런던브리지가 잘 보이는곳
템즈강가에 앉아 아이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남편은 캔맥주를 마셨습니다.
생강맥주,
달콤하니 저도 먹을만 하더군요.
애들은 비둘기떼를 쫓으며 놀고
남편과 저는 강물을 바라보다
부둥켜 안고 질기게 뽀뽀하는 젊은이들도
흘깃거리며 구경 했지요..
넉넉하게 휴식을 갖고나서
시차에 적응되었는지 오후가 되어도 팔팔한 애들과 노래를 부르며
워털루역으로 가서 부뤼셀로 가는 기차를 확인한후
역근처 스넥코너를 찾아가
런던의 대중 스넥,
피쉬 엔 칩스를 시켜서 먹었답니다.
말 그대로 생선하고 감자 튀김인데
어찌나 푸짐한지 두접시만 시켰는데도
다섯명이 먹을만 했습니다.
시간 맞춰 기차를 타고 런던을 떠났습니다.
도착하는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볼때
푸른 숲속에 빨간지붕의 집들이 나란히 나란히 서 있는걸 보며
'아, 여기가 영국이구나, 아름답다.'
감탄 했던 런던을
늬엿늬엿 넘어가는 해를 뒤로하며 떠난것입니다.
해저 터널을 지나 부뤼셀에 내리니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역사는 컴컴해서 꼭 귀신 나올것 같고
이구석 저구석 몇몇 모여 웅성거리는 젊은이들은
죄다 불량배로 보이고....
얼른 그 역을 빠져 나오고 싶은 저는
남편을 졸라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 승강장으로 갔는데..
다섯명을 절대 한차에 못태워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택시회사 메네져라나 뭐라나
승강장에 지키고 서서 첵크를 하면서
절대 안되는 일이라니...
남편과 큰아들이 앞서 가고
저는 딸과 막내를 태워 뒤차로 가고
....
그 후로 택시는 한번도 타지 않았답니다.
부슬 부슬 비내리는 부뤼셀의 밤,
첫인상은 이렇게 을씨년 스러웠습니다.
이튿날 부뤼셀의 낮 인상은
꼭 우울증 걸린 여자의 눈빛같았습니다.
머리를 길게 늘어 뜨리고
회색빛 얼굴을 15도쯤 숙이고 깊숙히 빨아드린 담배 연기를
푸후하고 내뿜는 실연당한 늙은 처녀의 분위기가
제가 받은 부뤼셀의 느낌이었답니다.
아침에 짐을 싸들고 부릐셀 역으로 나와
뮌헨으로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역근처 시장으로 갔습니다.
시장 구경,
그거 정말 재밌습니다.
꼭 우리네 오일장 같았는데...
마음에 든다기에 큰애 청바지도 하나 6천원쯤 주고 사고
시커먼 자두도 사고
트럭을 개조해 만든 전기구이 통닭찜틀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통닭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정신없이 구경하다.
시내로 들어와
그랑폴라스로 갔답니다.
그랑폴라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빅톨위고가 말했다는 군요...
광장주위의 건물들이 정말 예뻤어요..
물어물어 오줌싸게 동상,빈사의 상도 찾아가보고
버스타고 시내 투어도 했어요.
그랑폴라스 옆 먹자골목으로 들어가서
그유명한 부뤼셀의 홍합요리를 시켰는데....
비싸기만 비싸고
저희들 입맛에는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
양은솥에 소금 넣고 푹푹 끓여
연두색 플라스틱 그릇에 한대접씩 퍼주는
그 홍합맛만 못하더란 말입니다.
그러나
버스길에서 그랑폴라스로 들어가는 길모퉁이 카페 옆에 앉아
그윽한 저음으로 부릐셀의 날씨처럼 쓸쓸한 노래를 연주하던
첼로 아줌마. 그녀와 그녀 음악의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상가 마다 예쁘게 진열돼 있었던 손뜨게 제품들
초코렛, 돌아다니는 사람마다 한마리씩 끌고 다니던 시커멓고 커다란 개,
거리거리마다 세워놓은 실물크기의 소(牛) 조형물,
웅장한 성당 건물...
우리가족은 지도를 살펴가며 그랑폴라스에서부터
걸어걸어 유태인지역도 지나고 놀이공원에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케밥도 하나씩 사서 먹으며 천천히 부뤼셀 역으로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