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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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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천당엔 못 갈것 같애


BY Ria 2004-06-07

노총각 남동생이 장가를 간다고 신부감을 데리고 왔다.
스물여섯 꽃같이 고운 모습에
서글서글한 눈매며 얼굴 가득 함박꽃이 피었다.


어른들이 선을 보라고 할 때마다 퇴짜를 놓는 건지 퇴짜를 당한건지
장가 안 간다 할 때는 언제고  이젠 저 발로 장가 보내달라고 부모님과
시위를 한지도 벌써 일년이 넘었다.
색시감이 있다는 건 환영할 일이었지만 부모님이 바라시는 조건의
며느리감이 아니라고 거부를 한터라 이제는 정작 동생이 부모님의
허락을 못 얻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아가씨인데도 동생의 색시 될 사람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고 정이 간다.
그런데 아버지의 표정이 영 떨떠름하다.
애들이 오기 전부터 미리 표정관리를 부탁했건만 아버지는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신다.
소위 사회 통속적으로 바라는 열쇠 세 개 쯤은 아니더라도 열쇠 한 개라도
갖춰있는 조건의 며느리 감을 부모님은 원하셨고 그런 부모님의 기대를
동생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벌써 서른 고개를 두 개나 훌쩍 넘겼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당신의 아들이
제일 똑똑하고 잘 나  보이나보다
선배의 소개로 만난 아가씨를 만나고부터 동생은 비로소 자신의 이상과
일치하는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상대를 만났다고 했다.
동생이 만나는 상대가 부모님이 만족할 조건의 아가씨가 못되자 부모님은
실망을 했고, 몇 번 동생을 나무라며 정리할 것을 독려를 했지만 동생은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도 절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서로에게 비생산적이고 감정만 쌓이고 부딪히지
않고는 해결이 날 것 같지가 않아 우리형제들이 나서서 부모님을
설득을 했다.
사람이 반듯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사람이라면 반대를 하더라도
어른으로서 명분이 서는 일이지만, 조건을 놓고 동생의 일생을
가로 막는 건 아버지의 남은 생에 후회를 남길 수 있지 않았느냐고
기회 있을 때 마다 말씀을 드렸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점점 마음이 누그러지시며 한번 만나기나
해 보자는 말씀에 얼른 동생에게 서로 만날 기회를 가져보도록 했다.
어렵게 어렵게 부모님과의 첫 대면을 했다.
예비시부모를 만나는 아가씨 입장에서도  얼마나 힘들고 떨리는 자리겠는가
용기를 주고자 내가 손을 꼭 잡아주자 미소로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일단은 첫 관문은 통과한 셈이다.
나란히 앉아있는 동생과 아가씨가 참 잘 어울려 보였다.
부모님도 그렇게 강경했던 모습과는 달리 많이 누구려지셨고
아가씨의 부드러운 인상에 흡족해 하시는 것 같았다.

부모님이 아들에게 뭘 바래서가 아니라 동생의 앞길에 걸맞는 상대나
배경을 가진 배우자를 갖게 해 주고픈 부모의 욕심내지는 배려를 동생이
수용 못할 것도 이해를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런류의 혼인이 서로간의
인격은 무시되고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할 신성한 결혼이 위험한
거래처럼 되는 것을 잘 알기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 같았다.
젊고 희망에 찬 두 사람이 못할게 뭐 있겠는가
어른들이 바라시는 조건은 두 사람이  만들어 가면 될 것이다.

긴장을 풀고 여유를 지어보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니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 뭔지 모를 서운함은 왜일까?
정말 든든하고  바른 사고를 가졌고, 어디 내어놓아도 뒤지지 않는 동생인데
왠지, 내 동생을 그 여자애가 다 차지할 것 같고, 이제 동생은 저 여자애
통제 하에 있을 것만 같아 아깝고 손해 보는 느낌은 왜 일까.
사려 깊고 다정다감한 동생을 더 이상 가까이 하지 못할 것만 같고
이제부터는 올케의 눈치를 봐야 할 것 같은 그런 조바심이 부질없는 질투가 된다. 
그 여자애를 바라보니 뭔가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려 하는것 같이 보이니

정말 이 기분 요상하다.
부모님께 조만간에 시간을 내 보시라는 말로 아버지의 일차 허락은 떨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있고  아름다운 것 같다.
희망을 느끼고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잘살아야 한다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둥지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내 사랑하는 동생아 지금의 사랑하는 마음을 영원히 이어가길 바라며

너희 둘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