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벽돌이 촘촘히 박혀있는 건물 안, 그럴듯 하게 꾸며놓은 3층집 한 가정의 일원이 된 지 달포 정도 되었다. 눈물을 안으로 삼키며 생후 40일된 나는 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낯선 남자의 품안은 따뜻하고 포근해서 악함이라곤 발견할수 없었다. 벌벌 떨면서 그렇지 않아도 쳐진 눈을 더 내려깔고 들어가 살게 된 집, 주인여자의 손길이 가득 베인 초록친구들이 환히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아..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심성이 곱다는데 나도 사랑을 많이 받겠구나 하고 일단 안심을 했다. 태어나 40일동안 흙냄새 맡으며 살다가 베란다의 초록화원 속으로 나의 거처를 옮긴 날, 개천에서 용 난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음...역시 잘 생기고 봐야 해' 푸른내음 맡으며 동거하게 해준 주인의 배려가 고마웠다. "마음 아플땐 내 눈을 보세요. 내가 당신들의 마음을 치료해 드릴게요" 천천히 이집 식구들을 마주대해 보았다. 대학입시를 바로 눈앞에 둔 아들은 가뭄에 콩나듯 면상을 내게 보여주고, 천방지축 덜렁거리는 딸은 친구들까지 데리고 와 창피스럽게 나를 소개시켜 준다. 이름까지 거창한 왕자라고 칭하면서 말이다. 으쓱... "그래 그래. 얼마든지 데리고 오너라. 공부하느라 힘들때 얼마든지 친구해 주마." 그만한 나이면 서로에게 돌부처가 될텐데 떨어지면 아쉬울세라 늘 붙어다니는 중년의 부부와 아이들에게 듬뿍 넘치도록 사랑을 받는 나는 행운견이다. 비록 생긴 모습이 똥개같긴 하지만 순수영국산 해리어種인 엄마아빠가 알면 분개할 일이다. 복날 된장과 함께 친구되어 미식가(나에게는 살인마)들의 입맛을 돋구어 줄 불운의 주인공으로 팔려졌을텐데 이 얼마나 큰 행운이로고... 매사에 감사하라 햇다. 감사합니다 몇번을 외쳐 보지만 그래봤자 멍멍이다. 그런데 이 집으로 온지 일주일이 되었는데도 나의 이름은 왕자, 복돌이, 초롱이라 불리워져 혼란속으로 몰아 넣는다. 데체 내 이름이 무엇인고 ! 결국 일주일만에 정해진 이름은 금동이다. 지어진 이유까지 묻고 싶었지만 이름짓느라 골치아펐을텐데 까짓 뭐가 중요하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충견 못지않은 이집의 지킴이로서 의무를 다할께요." 며칠전 주인의 사랑을 먹고 사는 초록친구들에게 시샘이 나 상처를 주었다가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분수도 모르고 날뛰었다 추락한 꼴이다. 전화위복이라.. 10여평 정도의 너른 마당이 나의 천국이다.작은 꽃밭에는 장미와 두뼘정도 올라온 봉숭아도 보인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온갖 오도방정을 떨어도 뭐라 할 이가 없다. "오! 주인이시여. 내게 이런 천국을 주시다니 당신들을 위해 무엇을 해 드릴까요." 어제는 주인 아저씨가 술독에 빠졌다 나왔는지 냄새만으로도 취할 만큼 많이 마셔 내게로 왔다. 충견되고자 약속했으니 싫어도 어쩌랴. 무거운 몸을 끌어안고 자꾸 내 이름을 부른다. 그 속을 알리 없지만 심사가 복잡해 보인다. "그럼으로 풀린다면 얼마든지 당신과 함께 할께요. 화풀이하세요 다 받아 드릴게요. 사람들은 우리같은 동물들을 데리고 살면서 많은 위안을 얻곤 한다. 동네북마냥 화풀이의 대상도 되긴 하지만... 오늘 주인의 얼굴에서 우울한 모습을 엿보았다. 내 두손을 잡고 끌어 안았다 내동댕이쳤다 온갖 주정을 다한다..휴 힘들다. 이기적인 인간들로 그득한 세상이다. 유기견이라 불리워지는 버려진 수많은 불쌍한 친구들과 동물학대가 나를 슬프게 한다. 가끔씩 인간들의 덧정없는 모습들에 내 이 날카로운 이빨로 콱 물어주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정많고 유순한 사람들의 거처인 이 집에서 비록 언짢은 일로 내게 소홀 하거나 구타를 할지라도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자. 침울하지 말자. 하루하루가 다르게 이집 식구들과의 정분을 쌓고 있다. 행복이 별거냐. 배부르고 따스면 그만인게지.. "당신들을 위해 웃음을 만들어 드릴게요. 다만 내게 일용할 양식을 거르게 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 사람들이 말하는 개팔자가 상팔자 그 말이 정답이다 ♬ 강아지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