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이 시작이다
좁아터진 방에 옥이하고신랑하고 누우면 땀 맞는다
그래서 싸워도 옥인 랑하고 겹처서 잔다 물론 얼굴은 따로 방향을 대고
넓어야 맘도 느긋해지고 시선도 퍼지는데 옥이네는 둘러볼것도 눈동자를 돌릴것도 없다
바로 시선집중이다
한낮 여름 지붕서 내리쬐고 바닥서 올라오고 여기저기 회색빛 콘크리트라 더운 열기가 훅훅 올라온다
바로 옆집은 모녀가 산다 아줌마는 육십이 넘어 보리고 딸은 십대 후반이다
항상 자그마한 세숫데야에 빨래를 한다
"아줌마 왜 빨래를 그 작은 세숫대야 에 해요?"
"ㅎㅎㅎ 그래야 물값이 들 나가지 새댁은 시집올때 갖고온 세숫대야에다 하지 ?"
"네...."
"이렇게 하면 물도 들나가고 빨래도 빨리 헹구지 한번 행굴걸 두번에 나눠 행구니까 자~다빨앗다 "
탈수기가 없던 터라 아줌마는 배틀어지게 손목을 돌려서 짜고 탁탁 털어서 마당을 지나 옥상으로 빨래를 널러 올라간다
옥이는 생각한다
가난햇던 그래서 뭐든지 아깝고 절약해야햇고 부족햇던 옥이는 동네 소문처럼 독하다는 말을듣고 살다 시집을 왓는데 세상에 나보다도 더 절약하고 아끼는 분이 있엇구나 ...
옥인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안쓰고 안먹고 안 보면 절약이아니구나 나두 저렇게 작은그릇에 빨래를 하고 두번에 나눠 헹궈야지"
옥이가 방으로 들어가려할때 소리가 데박지게 들린다
"아고 구화야 이 쌍놈아 뒤져라 지에비도 싸서 날 죽이더니 이젠 저 새기마저 내가 못살아"
뒤를 보니 구화엄마다
작고 체격이 외소하다 못해 말랐다
눈은 까맣고 피부는 희다
아들이 둘이고 신랑은 노가다 대장이다
허구헌날 신랑은 술먹고 오줌 을 이불에 사고 아들은 아들대로 오줌쌀때라 이불에 지리고 고무다라에 이불넣고 하루 밍크담요 넣고 하루 이렇게 빨으니 얼마나 죽겟는가
기다란 마당에 수도꼭지 하나인데 아홉가구가 부엌에서 대체적으로 모든일을 한다
구화 엄마만 마당 전세 냈다 아이들 씻기고 아저씨 오자마자 거기서 런닝과 짧은 바지 입고
수돗물 틀어논채 씻고 구화엄마 아침저녁으로 빨고 .
"구화야 애가 또 쌋어?
"말도마 내가 죽어야지 저런놈 한테 시집와서 내가 이날 이때것 오줌빨래 한다 이 발꼬락 바 살이 다 벗겨졋잔아 하두 하이타이에 담궈서 그래 밤이면 쑤시고 저리고 땡겨서 내가 잠을 못잔다 콜드크림 발라서 문지르고 해도 같어 우리 친정 엄마가 시집 가면 안됀다고 고생한다고 햇는데 그말을 들을걸 내가 미첫지 저런인간을 새댁아 ? 그래도 밤에 아프냐고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저 지 하고 싶으면 막무가내로 안고 만지고 지랄이지 내 생각 해주면서 해주는줄알아 그것도 지만 하면 그만이야 그래서 내가 그랫다
돈벌어서 나가서 하고오라고 아님 돈 내 머리맡에 놓고 하라고 내가 무슨 지 재미받아주는 여잔줄 안다니깐"
"미친놈 글쎄 시어머니 있을때도 한다 강제로 "
"어머나 그럼 시어머니는 어떡해요"
":후~말도마 돌아누워서 자는척 하지머 어쩌겟냐 지아들이 그러는데 그리곤 다신 안오잔아
그리고 와도 안자고 그냥 간다
새댁아 그게 인간이야 총각땐 글쎄 술만 취하면 옷을홀딱벗고 마을까지 걸어온단다
나 새댁때도 그랫어 명절땐가 그래서 우리 시어머니가 나한테 속옷을 주더니
"아가 미안타 저놈이 저래서 내가 니한테 말을 못한다 고마 어찌겟노 저 지랄을 내 말려도 안듣고 저짓하는데 술이 웬수다 아가
내 저눔보다 니를 더 애까바 하는거 알제 내 니고생 다~안다 그래 내 니한테 시에미 노릇 못하고 산다 아이가 내 니고생 다~알아줄꼬마 내 한테 엎드려 울그라"
"글쎄 이러면서 갖다 주라는거야 그때 얼마나 속이 상한지 나 머리가 똥꾸녁에 박혓음 좋겟더라 챙피하기도 하고 "
옥인 어느절엔가 부엌에있는 빨래판을갖다 깔고 앉아서 구화엄마 빨래하는 발을 처다보며 속상한 그 얘기를 듣고있다
여긴 딴 세상같다
동거하고 방하나 부엌하나 여관같고
문도 꼭 잠그고 살아야하고 서로 인사도 없고 음식 나눠먹는 집도 없고
옥인 시선없이 구화엄마 속말에 구화엄마가 안쓰럽고 불쌍하다
그리고 시집오기전 옥인 어디로 가고 정말 행복하고 공주같다
신랑이 끔찌기 사랑해주고 어디가나 손잡고 가고 돈이없어 비싼건 못사도 항상 옥이를 위해 사고 먹이고 손에 든건 옥이 지갑뿐 신랑이 무겁거나 작거나 크거나 다 든다
나눠 들자고 해도 머쓱이 웃곤" 어서 걸어가 앞에서 내가 뒤에서 따라가면서 볼테니까 "
옥인 팔도 야쿠르트하나 따서 하늘보고 마신다
"00씨 자기도 먹어여"
"ㅎㅎㅎ 맛잇어? 그럼 하나 더 먹어 장모님이 그러는데 더위 많이 탄다며?"
"자 여기 내가 따줄께 기다려 "
신랑은 나무그늘에 옥이를 세우고 까만 봉다리 여러개를 길바닥에 놓고 여기저기 찾아서 아쿠르트를 찾는다
"여기잇다 와~우리 멀 이리 많이 삿냐 오늘 반찬 많겟다 그치"
"자~댓다 여기 먹어 얼른 아직 시원하지 냉장고에 잇던거라 시원할거다 나도 하나먹을까 "
둘은 마주보고 웃으며 하늘보고 마신다
옥이네 신혼은 냉장고가 없다
정말 시원하게 먹는건 세숫대야에 수돗물을 주인몰래 쨀쨀쨀 소리 안나게 틀고 참외 ,수박 오이 등을 담궜다 먹는게 시원하게 먹는거다
옥이는 다리가 저린듯 일어서서 빨래판을 들고 그 작은 방으로 향해 간다
"새댁~놀다가 나 빨래 다 할때까지 응~새댁 그리고 내가 아까 한말 누구 한테도 말 하지마 알았지?"
'ㅎㅎㅎㅎ 네~걱정마요 난 구화 엄마 맘 아니까 말 안해요"
둘이 마주보며 웃는다
아홉가구 사는 집이 구화엄마 빨래소리로 한낮이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