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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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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짝꿍 영희


BY 로맨티스트 2004-06-02

    삼팔선 굵게 그어진 나무책상 가운데
    신데렐라 유리구두 눈부시게 박힌
    내 짝지(짝꿍) 영희의 새로 산 빨간 책가방 빳빳히 세우고
    시험을 봅니다


    등사판에서 금방 밀었던 문지르면 꺼멓게 번질것 같은
    휘발유 내음 포슬히 베여 나오던 누런시험지
    그 날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시험시간 내내 왔다 갔다하는 선생님 뒷춤에 숨겨진
    회초리만 바라보며
    빨간 책가방 너머 짝지(짝꿍) 영희의 답안지를 힐끔힐끔 훔쳐보지만
    얄밉게 영희는 손바닥 넓게 펴 시험지를 가리기만 합니다
    그때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시험시간에도 여느때 처럼
    볼펜대롱에 끼운 몽당연필을 시험지에 몇번 굴려보지만
    아무래도 정답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하릴없이 몽당연필 굴려 동그라미 몇개치고 일어섭니다
    우리분단 아이들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흘겨봅니다
    그날 그 시험시간 내가 아는 정답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얼마 후 채점있는날 회초리로 눈물이 찔끔날 정도로
    종아리를 허벌라게 맞았습니다...

     

     배경음악 : 박인희 - 스카브로우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