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울리는 새소리 알람에 맞춰 어김없이 시작되는 나의 하루.
남편은 두 아이를 등교시키며 출근을한다.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타고 썩 잘 생기지도 못했지만 나에겐 비타민같은 아이들.
집을 나서는 세사람을 배웅하며 나는 식탁위에 뽀얗게 비워진 밥그릇에서 행복을느낀다.
동작은최대한 크게 잽싸게 부엌을 정리하고 볼시간없는 텔레비젼을켠다.
참너무 기막힌 우연일색 드라마 한편을 보면서 30분 운동을한다.
가벼운 샤워로 땀을씻고 화장 마무리 향수약간.....
에제밤 남편이 정성스레 닦아논 구두를 신고 엘리베이터를탄다.
청소하시는 아줌마 상쾌한 목소리 좁은공간 어색함을 덜어주기 위한 입주자 대표님의
시한편이 걸려있는 작은공간 미소한번짓고,
내 애마가 기다리는 곳으로 총총총~~~~~~~~~~~~~
하루면 몇명씩들리는 자동차 영업사원들 골통품 차를 수출보내고 새로 하나 장만하라
하지만 무엇이든 귀한게 좋은거 아닌가요?
사실 내차는 국내에서 점점 보기드문 차종임을 밝혀둠
시내를 가로 지르지 않고 외곽 도로를 탄다.
강원도가 인접한 곳이라 늦은 꽃들의 향연에 맘껏 취하며 찔레꽃이 너무 예뻐 가슴이
아리지만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사무실 도착 나보다 두시간쯤 먼저 출근한 남편이 나를보며 하는 말
"아줌마, 어서오세요!"
내가 남편에게 하는말
"어머,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침에본 남편이지만 커피한잔을 앞에두고 잠시행복....
참, 열심히 살면서 가꿔온 소중한 내삶
작은 땅에 작은 사무실을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막아 오리20마리를 풀어 놓았다.
천성적으로 육류를 못먹는 남편은 순전히 보기위해 오리를 키운다.
오리는 다 자라면 남들 나눠주고 나는 가끔씩 몇만원씩 나가는 사료값이 아깝지만
남편의 흐뭇한 표정 때문에 아무소리도 못한다.
어디 자라지 않는 오리는 없나요?
농사 지으시는 분들 가끔 물한잔 얻어드시고는 열무며 콩이며 들깨며 주신다.
안받을수도 없고 죄송해서.....
점심때면 오고가는 사람 불러들이는 우리남편 덕분에 나는 찬밥에 찌꺼기 반찬
오후 졸리운 시간 높은 구두를 신고 좁은 논두렁을지나 정성들여 가꿔논 정원보다
더 예쁜 뒷산에 오른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모들이 떠있는 논에 찔레꽃잎이 날려 하얗게 떠있고 그사이를
목이긴 흰새가 꽃잎이 놀랠새라 살금살금 걷는다.
녹음 짙은 산속엔 이름모를 새들이 노래하고 예쁜 꽃들은 왜 이리많은건지
싱그러운 푸르름 속에 함께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결혼 20년 남편은 아직 내 생일을 챙겨주지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적도 없지만
나보다 친정일에 더 마음 써주는 큰마음 알기에 작은것에 목숨걸지 않으리라 체념하며
다짐하며 가꿔온 우물안 개구리의 작은행복
또 남편보다 두시간 먼저 퇴근을한다.
돌아오는 길에 낮익은 아파트 아줌마들
"신발이 왜 그래요? 왠 흙을 그렇게.....?!"
나는 그냥 호호호 웃는다
신발에 흙들이 내가슴에 꼬물꼬물 피어오르는 행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늘밤 남편은 또 여자가 칠칠 맞게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영원히 철나지 않을 마누라
구두를 닦겠지.........
나는 못들은척 슬금슬금 남편 눈치를 보면서 가슴가득 행복을 느낀다.
누군뭐 구두 닦을줄 모르나
오늘 뒤에서 바라본 남편에 등이 유난이 넓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