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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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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해 삐?" (Are you happy?)


BY Dream 2004-06-02

올해 초
남편은 서울로 돈을 벌러 갔다.


유행을 일찌감치 타는 바람에 진작부터 사오정이 되어
뭘해볼까 궁리 하던 남편 친구들은
이제 갓 사회조직에서 그 적을 파낸 우리 남편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는 한순간도 망설임없이 그대로 일어서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일사천리로 사무실을 얻고 매장을 내고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다.
새벽 다섯시반이면 일어나서 푸다닥 찬물에 세수하고
빈속으로 출근 해서 밤늦게까지 정글을 뒤지고 헤집어 다닌다.

그사람인들 왜 생각해보지 않았겠는가?
나물 먹고 물마시고
국민학교 운동장에 나가
이리저리 뻥뻥 공을 차다,
숨가쁘면 하늘 한번 쳐다 보구
운동장 구석 철봉에도 매달려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점방들려 막걸리 한사발 받아다
벌컥벌컥 들이키고 두부김치 한쪽 어석어석 씹어 넘긴다음
크윽 트림한번 하고 길게 낮잠한판 땡기고 나면
하루해가 서산에 걸리는 편안한 생활.

 

그러나 어쩌겠는가, 태어나보니  세상이요,
살다보니 먹이고 가르치고 입혀야 하는 애는 셋이요,
마누라는 어디가서 십원한장 벌어오기는 커녕
꾸어올 주변머리도 없는 여자니..
그저 죽으나 사나 숨이 헐떡거리게 뛰어 다닐 수 밖에...

나, 먹이를 찾아 숨차게 뛰어다니는 우리 남편의 착한 마누라,
마음속 깊이 바라건데
음모와 배신이 어지러이 춤추는 거친 정글에서
그가 온전히 굳건히 우뚝 살아남아
마누라한테  벅벅 소리지르던 그 기상 꺾이지 말고
이전처럼 여전히 당당했으면 한다.

그러나
뛰고 달리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손바닥에 피가 흐르면 지체없이
나, 착한 마누라에게 달려 올 일이다. 

그러면 내가 약바르고 붕대감아 쉬게 해 주리라.
들꽃을 스쳐온 향기로운 바람이
커텐자락을 펄럭이며 밀고 들어오는 거실에 앉아
무릎위에 그의 머리를 뉘이고
흰머리카락을 가려내 뽑아주며
가만가만 옛날 얘기를 들려 주어야지.

"있잖아..있잖아.. 옛날에..제성질대로 안되면
학교도 안가고 보리밭을 뒹굴며 울던 애가 있었거든.

그애가 자라서 손에 똥광들고  흑사리껍질 들고 있는척
김지미 목단꽃 들고 이메조 들고 있는척,
그게 안되는 남자,
유리같이 투명해서 화나면 버럭버럭 화내고
좋으면 싱글벙글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유순한척 착한척 온갖 척을 다 떨어가며
투명남의 제맘대로 제멋대로 폭발적인
사랑을 한몸에 모조리 받고 살다가
날마다 흉내내던 착한척이 버릇이 되어
나중엔 진짜로
착한아줌마가 돼 갖구 

알콩달콩 자알 살았다잖어..히히"

 

소근소근 나비의 노래소리 같은 내이야기를 드던
그이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길라치면
또박또박 물어봐야지.

 

"아 유 해 피?"

 

그러면 그는 졸리운 목소리로 대답하리라.

 

"졸 라 해 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