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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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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깔 왕사탕 하나 그리움 한점


BY 로맨티스트 2004-06-01

    할머니 윗마을 잔칫집에 가던날 이었습니다
    난 그날 은근히 저녁도 먹질않고 동구밖에서 늦도록
    할머니 돌아 오기를 기달리고 있었습니다


    잔칫집 종이도시락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종이 도시락엔 삶은계란 하나,인절미 서너개,노란 고기찌짐 등
    침을 꼴깍 삼킬만큼 올망졸망 맛난것들이 듬뿍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으슥히 날저물고 동구밖 하늘에 할머니 눈썹같은 초승달
    누런 이빨 드러내며 어둠밝히고
    감꽃잎 하나 둘 떨어져 나뒹구는 동구밖 삽짝마당에
    담벼락 옆집 미숙이 계집애랑 시마차기하며 놀던 내내
    나의 어린 눈길은 동구밖 신작로에 가 있었습니다


    들판의 갈까마귀떼 둥지로 돌아가고 주위가 어두워지던 때
    신작로 모퉁이 돌아 하얀 치마자락 날리며 할머니 자박자박 걸어올적
    아..서러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할머니 손엔 종이도시락 하나 보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붉으스레한 얼굴에 입가엔 막걸리내음 은근히 풍기던 할머니가
    그토록 미울수가 없었습니다

    신작로 입구에서 빗장대문 요령소리 딸랑거리는 마당에 들어올때까지
    할머니 하얀 치마자락 붙잡고 생떼를 부리며 고함을 내질렀습니다


    초승달 여린 달빛 똬리를 튼 대청마루에 걸터앉으신 할머니
    생떼쓰는 손자녀석 빙긋히 바라보며 치마자락 걷어올려
    속곳 낡은 분홍빛 쌈지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에 둘둘말린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왕방울만한 둥그만 오색줄사탕 하나 건네줍니다


    난 그날밤 봉창문 하얗게 새는 새벽녘까지
    할머니 품에 안겨 시든 젖꼭지 만지며 입안에 오색줄 눈깔 왕사탕 하나
    이리저리 굴리며 밤새도록 녹혀 먹었습니다
    울 할머니 최고로 보였던 참 어린날이었습니다


    얼마전 생을 마감하신 외 할머니를 그리며...


     배경음악 : 여행스케치 - 할머니와 빨간 스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