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TV 드라마속,
채시라가 냉정하게 돌아서는
남편을 붙잡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불고 매달렸다.
그 모습에 갑자기 확 짜증이 올라서
후다닥 TV리모콘을 집어들고 채널을 획 돌렸더니만
아,,,그곳에선
대한민국의 온갖 잘나간다는 아줌마들이
화면 가득 자신만만한 얼굴을 내보내고 있었다.
Women Korea 리포트.....
정말 대단한 여인들의 당당한 모습이 연달아
TV 화면에 왔다갔다 하는데
그 똑 떨어지는 여인들과 털끝만한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슴까지
공연히 뿌듯해 왔다.
세상에 아줌마들은 참 다양하게도 살지.
어떤아줌마는
바람피는 남편에게 맞바람으로 대항하다
이혼당하고 아이까지 뺏기고 아스팔트 길바닥에
주저앉아 아이 이름을 불러가며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제끼고
어떤아줌마는
아이셋 키우는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펄펄 뛰는 한국 뉴스를
랠랠랠랠 매끄러운 영어로 지구곳곳에 쌩쌩 냘려 보내고
어떤아줌마는
그저 하루 삼시세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남편이 한마디 하면 찍소리도 못하고 쥐 죽은듯 머리를 조아리며 살아가고
어떤아줌마는
세계시장을 주름잡아 이나라 물건을 나라밖에 내다
처분하여 수많은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어떤 아줌마는
챗팅하다 바람나서 남편자식 다 버리고 나가
깨가 가마니로 쏟아지는지 어느구석에 꼭꼭 숨어 나타나지도 않고
아프리카 어떤 아줌마는
축늘어져 뼈만 남은 아이를 안고 그아이 누꼽을 뜯어먹으려 달려드는 파리를
기운없는 팔을 흔들어 쫓으며 살고
어떤 아줌마는 라면한개반에 밥한공기를 말아먹고도 숟가락 놓기가 아쉬워서
자꾸만 맨입에 김치조각을 집어넣고
어떤아줌마는
차근차근 조리 있는 말솜씨와 정겹고 따뜻하고 친절한 글솜씨로 아컴에 들르는 많은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평화를 주기도 하니
세상의 아줌마들,세상의 사람들은 참 살아가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내게 결혼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해 나가서
이젠 가정뿐만이 아닌 일반사회속에 자기자리를 확실히
다져놓은 친구들도 있다.
한마디로 부럽다.
왜 나는 저렇게 대차게 집안살림과 사회생활을 완벽하게
해낼 능력이 없었을꼬.
내겐 왜 특별히 쓸만한 재주가 없을꼬.
내머리는 왜 이렇게 굳어서 유연하지도못하고 순발력도 없을꼬...
혼자 한탄을 해보지만...
어떡하겠는가.
남들이 삐까뻔쩍한 책가방 메고 학교간다고
내게 없는 가방을 어디서 훔쳐올수도 없는 노릇.
나는 희끄므레한 내 책보자기를 허리춤에 휙 둘르고 나서서
이렇게 말 할 뿐이다.
"저기 말이지.. 니 책가방 진짜 멋있고 폼나고 예뻐서 부럽다.
근데 말이지... 이거 내 책보자기도 좋아.. 얼마나 좋은데...
내 책보자기 정말 좋아...
아이들 학교에 가고나면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어젖히고
한바탕 쓸고 닦고 말끔히 청소를 한단 말이야.
글구 나서 설겆이하고 빨래하구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예쁘장한 수필을 읽는기야.
물론 아컴에 올라온 글도 읽는거지.
창밖도 바라본다. 잘랑잘랑 초록잎들이 손을 흔들지.
그러다 야자나무 늘어진 잎사귀 아래로
잠바를 벗어 휘휘 돌리며 뛰어오는 막내아이가 보이면
냉큼 베란다창을 열고 소리를 지르지.
'어이! 우리아들!, 인제 오능가?
천천히 걸어오니라.잉. 넘어질라.
엄마가 문열어 놀께.'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쭉빼고 외치는 엄마를 발견하곤 잘생긴 아들 얼굴이 환한 햇님처럼 빛을 내며 웃음을 보내오거든.
그럼
난
행복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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