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터이다.
채 10시간 남짓 한 기다림이 지나면 저벅거리는 구둣발 앞세우며 전 날 꼬질하게 대충 물기만 묻힌, 그래서 더 간절한 아림으로 맺히는 누렇게 반질거리는 장판의 낯짝을 후려치며 당당히 들어설 터이다.
그럴 터이다.
황급히 눈꼽 쓱쓱 문지르며 몰래 꽁쳐둔 불량식품 엉겹결에 쑤셔넣은 아이처럼 울그럭 불그럭 거리는 뱃속 휘어 잡으며 꼴사나운 체면 치레하느라 허연 기색 애써 감추며 비질 땀을 흘릴 터이다.
그럴 터이다.
허공으로 찌르는 내 손길엔 인부들을 향한 쉬 없는 높은음자리표가 그려지고,수다스런 입 놀림에선 숙면을 취하지 못한 하품이 연거푸 삐져 나올 터이다.
그럴 터이다.
그간 이맛살 찌푸리며 손길 주지 않았던 검은 곰팡이가 잔뜩 낀 화장실 모서리에 낀 미련을 샤워기 냉냉한 물로 빡빡 문질러 댈 것이다.
그럴 터이다.
내 아이 무딘 발걸음 재촉하며 고양이 세수 시키고,옷을 갈아 입히고, 내 임의로 집어 들은 끈으로 머리를 묶고, 슈퍼에서 급힌 사다 온 바나나와 우유를 꾸역꾸역 먹일 터이다.
그러곤 이럴테지 "차 타고 오래 가야 하니까 싫어도 먹어 둬"
그럴 터이다.
세심히 살피지 못한 지난 흔적들 펄럭거리며 총총한 발걸음에 이러저리 둘러 보는 눈길에서 내 가족들의 미련한 손길 마무리 지으며 마지막으로 떠남을 증명하는 도장 콱 눌러 찍고 차에 올라 탈 것이다.
그럴 터이다.
어제도 그제도 내 아이 앙증맞은 발길이 흩어져 있는 놀이터를 상가를 학교를 그리고, 쉼 없이 오르던 계단을 바라보며 목젖으로 뜨겁게 떨어지는 연민을 삼킬 것이다.
그럴 터이다.
사다리 분주함에 가려져 치솟아 오르는 십수 년 살림살이의 초라함을 그저 햇살이 주책맞게 나서는 탓에 제대로 볼 수 없노라 어거지 씌울 것이다.
그럴 터이다.
게으른 눈길에 잡히는 일감들을 버려두지 못하고 끝없이 손 마디를 학대하며 버리고,지우고, 씻고, 말릴 것이다. 그러다 병난 뼈 마디들이 일제히 무너지며 날 감금시켜 질식케 할 터이다.
그럴 터이다.
얼마간은 오갈데 없는 허전함에 자꾸만 들이대는 그리움이 채 씻기지 않은 얼룩처럼 집 안 곳곳에서 터 잡고 날 지켜 볼 터이다.
하지만,
마지막 밤에 비가 와서 다행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빗 줄기가 나에게 다 잘될거라 염치없는 말 거드니까...
그래,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