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의 일이었다.
아들녀석은 학교에서 돌아오자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 되었다고
5시까지 가야한다면서 선물 걱정을 하고 있었다.
선물 살돈이 모자른지 내게서 원조를 받고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나 또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시장으로 나섰다.
지난 장날에 산 딸아이의 바지를 교환하려고 다 저녁판에 나가서
괜스레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시장을 봤다.
혼자서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집을 나온지 한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난 급히 차를 몰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들래미가 나를 보면서 울고 있었다.
쇼파에 누워서 동생과 티브를 보고 있더니 나를 보자마자
아프다면서 울기 시작하는것이 아닌가..
친구 생일파티에 간다고 나설 때 까지만해도 말짱하던 아이가
머리가 아프고 배도아프고 어지럽다면서 앉아 있기가 힘들다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난 순간 가슴이 덜컹 했다.
요즘에 날이 더워져 식중독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은지라
학교에서 급식한게 혹시 탈이 난건 아닐까 걱정이됐다.
머리도 만져보고 배도 쓸어주고 학교에서 뭘먹었는지 물었다.
하지만 특별히 식중독을 일으킬만한 메뉴가 아니었다.
더구나 외부급식도 아니고 학교자체내에 급식실이 따로 있는지라
그래도 좀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프다면서 우는 녀석이 눈은 티브에 가있고 어지럽다는 녀석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징징거리는게 배도 아픈것 같지가 않았다.
난 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시계를보니 7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는순간 난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7시는 지아빠하고 그날그날의 공부를 마쳐놓기로 약속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놀고 오느라 그날의 공부를 하나도 손을 못대었던 것이다.
난 아들래미한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아직 공부를 하나도 못해놓았으니 지금부터 시작하고 끝났을때까지도
아프면 그때가서 병원에 가자고 했다.
아들 녀석은 흔쾌히 그러겠다 말하고는 지방으로 들어가는것이 아닌가.
난 속으로는 아들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것 같음을 느꼈지만
이젠 조금씩 이녀석도 꾀를 내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웃음도 났다.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을정도로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는데 저런 꾀병을
부리는걸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이라 학원은 전혀 보내질 않고있다.
대신 집에서 학습지를 하고있는데 그게 그리 힘들었던 것일까.
아님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지못할것 같으니 그호통이 무서웠던 것일까..
아들녀석은 공부를 끝내더니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약속시간을 못지키는것에 반은 꾀병으로 반은 정말로
아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들녀석의 일을 말하니 너털 웃음이 나는가보다.
하지만 어제는 아들녀석의 꾀병(?)에 그냥 감쪽같이 속아주는척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