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것으로 인해 구겨지는 삶을 두려워했던 그래서 결혼하는걸
거부했던 내가 우연히 선을 본지 두달만에 전격 웨딩마치를 울리게 되었으니,
장담못할일이 아마도 운명이런가 싶다.
결혼이란 문속에는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고초를 가진 입자들이
오글 오글 나의등장을 노려보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응책도 준비하지 않은채
그곳으로 풍덩 빠져들었으니,
그때부터 풀기힘든 인생숙제들이 툭툭 내앞으로 던져지면서
이것만 풀어보면 좋은길로 인도하지롱 놀려댔었다.
주어지는 숙제를 낑낑낑 간신히
풀고나면 더 난해한 숙제들이 차례차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산다는것이 이렇게 아무때나 씽씽 내달릴수 있는
고속도로가 아니란걸 절감하면서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젊다는 오기하나로 사업이란 험난한 고지로 덤벼든 남편의 무모함에 화살촉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생각처럼 풀어지지 않는 일앞에 낙담하고 앉아있는 사람에게
마누라 라는 여인이 던져대는 화살촉은 그의 감정을 폭발하게 만들었으며,
그로인해 그는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폭군으로 돌변했다.
4남매의 늦둥이로 태어나 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살아온 내게
그의 언행은 정말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산다는것에 더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었다.
거듭되는 실패속에서 아이의 초롱 초롱한 눈망울만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이시간에 글을 쓰지 못했을것이다.
운명의 신은 수없이 돌팔매를 던져 대면서
인내심을 실험하는동안 끝없이 버텨주는 두사람에게
서서히 빨간신호등을 푸른 신호등으로 바꿔줄 결심을 했는지
어두컴컴한 동굴속으로 희망의 여린빛이 비춰들기 시작한거다.
그것 또한 우리가 필연적으로
겪어내야하는 인생 경로라고 한다면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그렇게 살아오면서
지지난주에 결혼20주년 기념일을 맞아
우리 부부는 제주 바닷가를 찾아갔다.
숙소 베란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지난시절의 말못할 고행들을
잠시 반추하며 인생이란 진면목을 재삼 되짚어봤다.
자신만을 믿고 덥썩 결혼이란 위험한 바다로 빠져들었다가
온갖 시련으로 들볶임을 당해온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으로
그는 그전의 못했던 몫까지 합산해서 만회점을 찾으려고 무지 무지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제서야 먼길을 돌고 돌아
원점을 찾아온 우리들 ~~
내인생의 블랙박스에 감춰뒀던 숱한 인고의 시간들은
이제 빛바랜 사진처럼 가끔씩 꺼내보는 추억으로만 장식하련다.
초년고생은 은을주고 산다는 옛어른신들의 말씀을
새록 새록 새겨들으면서 앞으로도 은을주고산 귀하고 값진
교재들을 발판삼아
아름다운 황혼을 준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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