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도 오고 날씨도 한끼 굶은 시어머니 얼굴이어서
부침개를 하기로 했다
애호박 하나 송송 채로 썰고
햇감자도 채썰고
당근도 색깔 이쁘라고 약간 썰고
매운 청양고추 다지고
냉동실에 남아있던 오징어도 다져넣고
동글납작하게 지지니 노릇노릇한것이
냄새또한 옆집까지 건너갔나부다
그렇게 한 소당 부쳐서 손으로 죽 찢어 먹으려는데
앞집 똘이엄마가 문을 열면서 들어온다
내가 먼저 "원래 첫소당은 엄마가 먹는거래..ㅎㅎㅎ"
"누가 뭐랬어??" 하며 이 예편네 자기도 어느새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러니까 예전에 살던 나의 17년 지기친구들이 생각난다
우린 상암동에서 이웃하며 살면서
비만 오면 우리집에서 잔치국수 아니면 칼국수 또는 부침개를 지저서
울넘어 담넘어 날라다 주고 같이 모여 앉아서
배를 두둘기며 먹었고
다음 코스는 앞집 상희네 커피숖에서 진한 커피 한 사발씩 마시며
우린 아이들 교육과 민족사를 걱정하며
온갖 수다를 떨면서 울 아줌마들의 문화를 만끽하며 살았었다.
이젠 모두들 흩어져서 편지로 안부를 묻거나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며 지난날의 향수를 달래고 있다
그렇게 생각에 젖어서 한참 맛잇게 앞집 아지매랑 먹고 있을때
전화가 온다
받아보니 나의 17년지기친구 안여사이다
"머해?/""응 부침개..ㅎㅎㅎㅎ"
"어쩐지 냄새가 나더라..왜 날 오라고 하지 않고 혼자 먹어??!!
"어여 와 ..당신꺼 한 볼테기 구워났어....."
비가오니 내가 생각나더라고 이심전심으로 전화가 온것이다
우린 헤어진지 5년이 되어 오는데도 이렇게 텔레파시가 서로 통하고 있다
추억이란 ... 우리들의 젊음은 이렇게 나이들어도 정신을 맑게
해주는 청량제 인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