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63

남편의 호칭


BY 27kaksi 2004-04-29

결혼한지가 올해로 꼭 27년 째이다.

서로 노력한 덕분인지 잘살아왔고, 아이들도 잘 자라 주어서,

지금까지로는 성공한 결혼을 한셈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살면서 난 남편에게 "여보" 라는 호칭을 하기가 힘이든다.

그리 어려운일도 아니련만 처음부터 그렇게 부르지 않은탓에 갈수록

힘들어졌고, 이제는 그게 어려운일이 되어져 버렸다.

어느날 인가 남편은 쉽게 날 "여보"라고 불렀고, 지금도 아주 자연스레

부르는데, 난 그게 힘이든다.

여리고 엄마가 없던나는 '키다리 아저씨'란 책을 좋아했다.그영향인지

연애시절엔 난 그를 '안경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래서 옛친구들은

아직도 "안경아저씨 잘있지?" 하고 안부를 묻곤 한다.

가끔 남편에게 편지를 쓸때, 서두에,

'안경 아저씨!' 라고 부르면 옛날이 생각나서 친근감이 있다.

결혼하고도 계속 안경아저씨라고 부르다가, 어느날 부터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 했다.

친정어른들께, 남편을 아빠라 부른다고 여러번, 주의를

들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서 난 아직도 남편을 아빠라 부른다.

그래서 5월에 결혼하는 딸아이에게 지금처럼 오빠라고 하지 말고

결혼하자마자 곧 '여보'라는 호칭을 쓰도록 하라고 일렀다.

요즘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음을 본다. 연애시절

호칭을 그대로 부르기 때문이다.

'자기' 자기' 하는말도 경박해 보이고.....

사실 호칭 이 사는데 무슨 그리 큰 문제겠는가! 그러나,아이들이

태어나면 애들 아버지가 오빠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나처럼 딸아닌 딸로 평생 살고 있으면.....

우리 큰애는 바로 '여보'라고 할거라고 말했다. '여보'라는 호칭이

애교스럽고 좋다고도 했다. 조금은 쑥쓰러웠던 나와는 다르게 딸아인

성격이 밝아서인지 '여보'가 너무 좋댄다.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우연히 신문에서 이 주제의 글이 있어 옮겨놓는다.


***
'사디즘(가학증)' 이라는 용어를낳았지만 애처가이기도 했던

사드후작은 음탕한 행각 끝에 감옥에 갇혀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나의 천사, 내작은 물고기, 내작은 멍멍이,귀엽고 작은 비둘기,

내생각의 어린아이, 내 심장의 혈관, 내 영혼의 영혼, 내 신경의 가시,

열일곱번째 행성, 자연의 기적, 비너스의 마술, 올림푸스신들의

식사.....'.그가 지어낸 아내의 애칭은 수십개에 이른다.

애정어린 그 이름들보다 '아내' 라는 말처럼 정답고 마음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또 있을까?. 사실 부부사이엔 부름말이

필요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충청도 사람들도 내외간에 호칭이 없었

다고 한다. 대게 우물우물 하거나, 소리 내 부르지 않더라도 눈과

마음으로 말을 나눴다. 건강한 가정을 가꾸자는 어느 시민 단체가

'집사람' 과 '주인양반' 이라는 차별적 호칭을 쓰지 말자고 제안 했다.

'안사람' '안주인' 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지자면그뿐일까,

'마누라'는 몽골어의 혐의가 있는 비칭이고, '아내' 역시 '안'자 계열

이며, '애 엄마'는 간접 호칭이라 정당하지 못 하고, '처'는 낮춤

한자 말이다.

그렇다고 '임자' 나 '내자' 라 하기엔 고무적이고 '와이프'라고 하면

조금 반 푼수 같다.

걸작은 '아빠' 다. 해방후 과도기 때 일본말'고슈징'을 본떠 남편을

'주인'이라고도 하고 '아빠'라고 부르는 풍조가 생겼다.

아버지가 누군지 몰랐던 마릴린 몬로야 부성애에 굶주린 탓에

늙수그레한 아서 밀러를 '아빠'라고 불렀다지만 우리는 웬일인지

모르겠다. 급기야 연애 할때 호칭이 그대로굳어 시부모 앞에서도

'오빠" 나 '형' 이라고 부르기에 이르렀다.

북한처럼 남편을 '세대주'라고 지칭 하는게 차라리 낫겠다.

어느 재미교포가 백인 아내와 한국에 왔다가 영화 '서편제'를 봤다.

아내는 영화가 끝나고도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느라 일어서지 못했다.

판소리를 알 리 없고, 영어 자막이 없어 줄거리도 모를텐데 이상하다

싶어 물으니 아내가 답했다.

"당신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기 까지 하는 것을 보고서

놀라고 당황했다가 내 가슴도 아파오더라." 시인 마종기의 산문집에

나오는 얘기다. 이심전심 부부에게 사실 호칭은 그리 중한게

아닐 것이다. - 조선일보 오태진 논설위원-
*****


이글에서 보면 나는 천상 가관이다.그러나 마무리 말처럼 호칭이

뭐그리 중요 하겠나. 부부가 얼마나 화합하여 한가정을 잘가꾸어

나가고 서로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가가 더 중요한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