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함께 길을 걷는 중입니다.
좀 많이 걸었던 탓인지 모녀는 둘 다 지칩니다.
딸아이가 걷기 힘든다며 먼저 투덜댑니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난 엄마는 딸아이에게 말을 붙입니다.
"선경아, 이런 때 아스팔트가 에스컬레이터처럼 저절로 움직여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
딸아이는 엉뚱한 말을 하는 엄마를 보며 반가워합니다.
"응, 엄마. 나도 가끔 그런 생각하는데..."
게으른 두 모녀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로 생각이 통했다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엄마, 난 가끔 사람에게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 그럼 얼마나 편할까?"
딸아이 말을 듣던 엄마는 한술 더 뜹니다.
"날개가 달려도 날개 짓 하려면 힘들잖아. 그것말고 차라리 우리 몸이 용수철로 되어 있어서 손, 발, 다리 모두 원하는 대로 멀리 보내고 할 수 있음 좋겠다. 지금도 발을 도착지까지 용수철을 늘여서 보내놓고 몸만 따라가면 한 걸음에 집에 갈 수 있을 텐데..."
엄마 말을 듣던 딸아이는 너무 즐거워합니다.
"그럼 뭐라도 들을 것이 있으면 귀만 보내면 되고... 그치?"
"그럼 그럼... 보고 싶은 것이 있음 눈만 보내면 되지. 그리고 아이 젖먹이는 것도 문제없겠다. 수유시간이 되면 젖만 툭 던져 집에 보내서 아기에게 빨리면 될 테니까... 그치...재밌지?"
딸아인 깔깔대며 웃습니다.
"엄마, 그럼 젖 먹이다가 갑자기 회의라도 하면 어떻게 돼?"
"그럼 젖을 도로 갖고 와야지."
"그러면 아가가 입만 용수철에 매달아 회사로 보내겠다. 호호호"
때리고싶은 사람이 있음 주먹만 보내면 되고 먹고싶은 것이 있음 입만 몰래 보내면 되고...
모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수다를 떱니다.
"엄마, 그러다가 용수철을 누가 잘라버리면 어떡해? 눈도, 손도..."
"!!! 너무 징그럽다. 그치?"
"몸이 용수철로 되어 있다는 것도 너무 징그러워..."
그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힘도 들지 않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좀 엽기적인 모녀, 심한 게으름 모녀이지요?
중 2인 딸아이는 그렇게 게을러서인지 자꾸 살이 찌고 저도 자꾸 아랫배가 나옵니다.
근데 정말로 길이 움직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자주 한답니다. 점점 걷기가 싫거든요.
다들 이런 생각 한번쯤 하지 않겠어요?
#############################################################
그리고 아래 나..원,..참 글에서 제가 몇 분 님들 불렀던 것 죄송해요.
그 글을 쓸 때 밑으로 글 올려주신 님들 글에 답글 달려다가 여의치 않아서 포기하던 때라 그렇게 그 분들 이름만 애태게 불렀지요.
마당님. 용서해 주실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