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울신랑이 집에 잠깐 있게 되었다.
가스검침이 있었나 보다.
마침 밸브가 낡아 있는지라, 그렇지 않아도 도시가스공사에 전화
를 할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었다.
저녁때 집에 왔더니 밸브가 교환되어 있었다.
아줌마가 가스검침을 나왔길래, 바꿔달라고 했더니,
어디를 전화해서는 남자분이 와서 교환해 주었다고 했다.
울 딸내미가 울부부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더니,
대화에 끼어 들었다.
"엄마 검침이 뭐야?"
내 장난끼가 발동했다.
"응, 금빛 나는 이불 덮고 같이 자는 게 금침이야."
울딸내미 아는 척을 한다.
"그럼 아빠하고 아줌마하고 그랬단 말야?"
졸지에 이상해져 버린 울신랑, 왈
"가스 검침이라니깐, 아줌마가 가스검침 하러 왔어!"
울딸내미가 그런 말이 들어 올리가 없다.
쇼파에 누워있는 아빠에게 달려가더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밟고 꼬집는다.
졸지에 당한 울신랑
변명도 하지 않고 웃기만 한다.
이젠 한 명도 모자라, 두 여자에게 당하고 사는 울신랑
삶이 참 피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