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자기 고향 부산에서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면
호적을 파오고 말겠다고 선언했다. 도저히 얼굴들고 다닐 수 없다고.
이미 박풍, 노풍에 기대어 지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고 있는
이 참담한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부산 형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열변을 토했다.
호남도 지역주의 아니냐고 반론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호남은 그래도 항상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세력에 힘을 모아줬지만 영남은 뭐냐고.
그래서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면 내가 남편에게 위로주를 한 잔 사주마고 했다.
한 석이라도 건지면 남편의 호적이 무사 할테니 그땐 남편 더러 한 잔 사라고 하고.
그리고 결과는,
딱 한 석!
흠! 그래서 다행히 남편은 여전히 고향이 부산이다.
40여년간 지속되어 왔던 의회 권력이 드디어 교체되었다고 한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된 이후로 대통령을 당선시킨 여당을
총선에서도 다수당 만들어준 경우도 처음이고
진보야당이 처음으로 원내진출을 이뤄내 그 숫자야 미약하지만
왼쪽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으니 그 의미가 수로 비할 수 없다.
국민이 이번에 짠 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새겨야할 대목이다.
17대국회에 여성국회의원이 30 여명 되어 16대의 두 배이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린 탄핵쿠데타 세력들을 국민이 냉엄하게 탄핵했다.
굵직 굵직한 쟁점과 의미가 녹아 있는 이번 17대 총선이 드디어 끝 난것이다.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그들만의 권력인양 민의를 거스르고 오만하고 파렴치했던
정치인들에게 권력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분명하고 똑똑하게 알려주었다.
국민이 정치보다 늘 앞선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순서가 뒤바뀌면 이번 탄핵정국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내심 총선을 앞두고 거센 박근혜바람이 불어 민심이 요동치면서
한나라당이 제 1당이 되거나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총선 전날 적을 두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구당에서 전화가 와서
1시간정도 비례대표 선거운동을 부탁하길래 후원금 낸 거 외엔
하나도 도와주질 못해 염치없던 중이라 하겠다 하고 전철역 출구앞에서
12번을 열심히 외치면서 제발 이번에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을 짜주길
얼마나 바랬는지.
1번, 2번, 3번을 외치는 선거운동원들과 나란히 서서.
그리고 결과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마음에 얹혀있던 걱정을 거뒤내 주었다.
17대총선에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으리라했던 한나라당이
관뚜껑을 열고 다시 부활했지만 개혁과 진보가 나란히 다수를 이뤘으니
이젠 좀 정치가 국민의 속으로 들어오려나 싶고.
그리고, 이제 3김시대는 끝이 났다. 10선 운운하던 삼천갑자동방삭을
더이상 보지 않아도 되니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나란히 서서 함께 12번을 외첬던 사람이 내게 말했다.
17대국회에 이물질(진보정당 국회의원)이 많이 섞일테니
상상만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하고.
하하하!
이젠 좀 쉬어야 겠다.
17대총선에 후보로 나선것도 아니었는데
난 왜그렇게도 힘들었던거야?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