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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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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리프 개럿


BY 슈짱 2004-04-16

모 방송국에서 주최한 라큰 롤 라이브 컨서트 50주년 쇼를 보다가...

 

헉!

 

그를 보고 말았다.   

 

중 3, 내 맘을 그리도 설레게 하고 잠 못 이루게 했던 그가 거기 서 있었다.    서울까지 올라가 그의 컨서트를 볼 여유가 없었던 난 그의 레코드며 사진들을 사다 모으며 너무너무 그를 사모했었다.    그 때 내 꿈은 미국 특파원이 돼 그를 만나고 취재하는 거였다.   당연히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하기 싫었던 수학도 머리 깨지도록 했었다.   

 

어느 여름 오후,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니 아무도 없어 교복을 벗어던지고 속옷 바람으로 그의 노래에 맞춰 흔들어 댔다.     열린 창문으로  길 건너편에 있는 독서실 옥상에서 재수생들이 히히덕 낄낄 웃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너무도 사랑한  리프 개럿 오직 그만을 생각하면서 땀에 젖도록 몸을 흔들어 댔는데...    

 

암튼 고 3까지 나의 사랑은 변치 않았고 내 일기장은 늘 리프 개럿의 이름으로 채워졌었다.    미국행의 꿈은 대학진학을 하면서 접어야 했다.    왜?   특파원이 될만큼 훌륭한 성적을 못 거뒀기 때문에....

 

근데 난 지금 미국에 있고 울 남편 미국남자다.    리프 개럿에 대한 내 사모 스토리를 듣고는 그는 배를 잡고 웃었다.    가수 같지도 않은 가수를 좋아했냐고, 노래 하나 쓸 줄 모르고 다루는 악기도 하나 없는, 반반한 얼굴로 잠깐 무대에 섰던 그런 애를....    울 남편 날 참 안 됐다는 듯이 보더니, 어느 날 내게 뭔가 보여줄 게 있단다.  

 

리프 개럿에 대한 기사였는데,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우선 그의 무성의, 무질서한  사생활, 마약과 술로 찌든 그의 이 삼십 대, 그리고 수감생활, 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머리는 분명 금발이었는데 지금은 검은데다 거의 대머리 수준이었다.    그의 그 하얗게 눈부시던 미소는 사십 대의 능글능글함 뿐이었다.     울 남편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 말이 맞지? 별 거 아니지?  하는 얼굴로 쾌재를 부르는 듯 했다.    그 두통 한 며칠을 갔다.

 

그리고는 우연히 그를 티비에서 보았다.    머리는 두건으로 둘러싸 빛나리의 광채는 사라졌지만 수많은 유명 가수들에 비껴 무대 한 구석에서 겨우 탬버린으로 버티고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리프, 그는 어디로 가버린 거지?   

 

하지만 수많은 락 가수들 중에 리프가 잊혀지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는 것,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는 거 아닐까?    다시 옛 멤버들과 새 그룹을 시작할 거란 소식이 들려 희망을 가져본다.   

 

내 소녀의 꿈, 밤마다 내 일기장을 채웠던 그 아름답던 내 리프를 꼭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청춘 돌리도...(이 상황에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