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은 칠흙같은 어두움이었습니다.
8개월된 손녀딸이 열이 40도를 넘나드는데
안쓰럽고 눈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경기를 할까봐 두려워서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계속 물마사지를 해도 해열제를 써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더 검사할것이 있노라고 입원하라고 해서 입원하고
절차 밟아 피검사 소변검사 링겔 꼽고 등등
집에 간신히 새벽 5시 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링겔을 꼽고 줄이 연결되어 있어서
8개월짜리가 몸부림을 치면 한시도 사람이 없이는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간신히 혈관을 찾았지만
자꾸만 막혀서 다시 찾아 찔러대자니 아이는
너무 많이 울다가 얼굴은 붓고 목은 쉬고
지옥같은 밤을 보낸 셈입니다.
조그만 아기 하나가 온가족의 일정을 뒤집어 놓고
모든일들을 멈추게 하고야 말았습니다.
가족들 모두가 일상을 벗어난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기가 퇴원해서 집에 와서 정상을 회복할때까지는
온가족이 당분간 고통분담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공동체라는 실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있는듯 없는듯 힘도 없는 아기 하나가
온가족 속에서 "내가 나다" 라고 알려주는 기회였습니다.
유기체적 생명체 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손톱밑에 가시가 박혀도 전신이 아픔을 느끼듯이
발밑에 모래알 한개가 온몸을 거북하게 하듯이
가정생명공동체는 연합된 유기체적 공동체라는 것을
실감시킨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