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열심히 필로라는 것을 만든다.
둥근 것 , 네모난 것, 캔디 모양, 사람 키 만큼 기다란 것, 내 손바닥 만큼 작은 것 등등...
무늬가 예쁜 천을 가운데 넣어 사진틀 처럼 만들기도 하고 색동으로 천을 새겨서 만들기도 하고,봉투 모양으로 만들어 단추를 달기도 하고, 수술을 달아 모양을 내기도 한다.
내가 필로를 만들 때마다 남편은 옆에서 자기 머리를 필로에 기대어본다.
그러면서 편안하지 않다고 불평이다.
남편 생각에 필로는 잠 잘 때 베고 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사람들 집에 가서 보면 침대의 반은 필로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렇게 필로가 온통 침대를 차지하고 있으면 잠은 어디서 자나 궁금할 지경이다.
어떤 사람은 침대 발치에 잠잘 때 필로를 넣어두기 위한 큼직한 상자가 놓여 있기도 하다.
필로 값도 만만치가 않다.
비싼 것은 오백불을 홋가하기도 한다.
필로를 좋은 것으로 세트로 모두 준비하려면 이 삼 천 불은 들여야 한다.
필로는 침대위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의자 위에도 자리하고 있다.
등받이 용이 아니다.
의자를 차지하고 있는 주인이다.
물론 쇼파 위에도 있다.
등받이 용이 아님이 분명해 보이는, 수술을 달아 한껏 멋을 부린 것들이다.
언젠가 무슨 전시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부인 바바라 여사가 만들었다는 카펫을 본적이 있다.
미국 사람들이 rug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가장자리가 마무리 된 것은 주로 rug이라고 부르고 벽에서 벽까지 바닥을 온통 다 덮은 것은 카펫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아무러나 카펫이든 럭이든 바바라 여사가 만들었다는 그것은 적어도 해를 넘겨 만들었음직한, 정성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카펫은 바닥에 까는 것이라는 고정된 생각에 젖어있던 내가 물었다.
누가 저 위를 밟고 다닐 수 있겠느냐고?
내 질문에 옆에 있던 미국 여자가 'no body'라고 대답했다.
나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한번 더 던졌다.
그러면 저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사람은 말했다.
그저 보기 위한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비로소 벽에 걸어놓고 바라보기 위한 용도의 카펫이 있음을 알았다.
카펫만 실용적인 용도와 관상적인 용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필로도 그렇고 커튼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커튼 주문을 받을 때 묻는다.
실용적인 용도인지, 그저 장식을 위한 것인지...
용도에 따라 만드는 방법도 달라지니까...
장식을 위한 용도의 필로를 만들 때 나는 바바라의 카펫을 가끔 떠올린다.
장식적인 용도의 카펫이 있음을 모르던 내 눈에도 누가 감히 밟을 수가 있을까 의문이 생겼듯이 내가 만든 필로를 보면서 누가 감히 그곳에 머리를 기대고 잘 수가 있을까 의문이 생기도록 아름답게 만들어 보리라고...
그러나 아직은 멀었나보다.
내가 만들 때마다 남편이 자기 머리를 기대고 눈을 지그시 감아보는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