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녁 드셨습니까?" 우렁찬 목소리와 군대식 딱딱한 말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안 그래도 배꼽시계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나니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지금 부대에서 나가는 중이니 저녁이나 먹자고 얘기 합니다.
17박18일 야외훈련을 엊그제 마치고 처음 나오는 외박인데다가 자느라고 저녁을 미처 챙겨 먹지 못했다면서 나보다 더 배고픈 소리를 합니다.
급하게 딸 아이 한테 전화해서 같이 먹기도 하고 또 어디 싸고 맛난데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니 전화를 받지를 않습니다.
한참후에 문자가 왔는데 도서관이라면서 천천히 알아봐야하니 내일 먹자고 합니다.
잔치집에서 잘 먹을려고 사흘 굶는다더니 두 사람은 배고파서 보이는게 없다는데 내일 먹자고 하니 동문서답입니다.
딸 아이는 밥 한번 먹을려고 하면 편의점에 가서 쿠폰 책부터 가지고 와서 어떤 집이 할인을 많이 해 주는지 또 분위기는 얼마나 좋은지 후식은 잘나오는지 그런것 부터 따져야하니 갑자기 먹자면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렇지만 아들 녀석하고 밥을 먹으려면 눈에 띄는 돼지갈비 집이나 삼겹살집 아니면 돈가스집 보이는대로 걸리는대로 들어가서 맛있게 먹고 나옵니다.
훈련받느라 뱃속이 허하다면서 고기가 먹고싶다길래 그럼 보쌈집으로 갈까 하니 자기가 먼저가서 시켜놓겠다고 합니다.
가서 보니 보쌈을 "대 "자로 시켜놓아서 둘이서 허리띠 풀러놓고 먹으면서 " 야 너무 맛있다. 엄마 그 동안 못 먹어서 뱃속이 허전 했었는데 끝내주게 맛있다"고 말하니 자꾸 더 먹으라며 엄마 앞으로 접시를 옮겨놓습니다.
남의 집 같으면 군대에서 힘든 훈련으로 핼쓱하게 빠진 얼굴로 나온 아들 앞으로 접시를 밀어 넣으련만 우리 집은 반대로 됐습니다.
"밥도 먹어야지.. 공기밥 시킬까?" 하는 소리에 "해물섞어 돌솥밥 " 이라나 뭐라나 이름도 그럴싸한 밥까지 시켰습니다. 옴마야... 돈좀 풀어야 하겠네.
입은 즐거우나 둘이서 먹어 치우기에는 조금 과한 금액이다 싶으면서도 볼이 미어져라 입에다 밀어 넣습니다.
아까부터 식탁 한 구석에는 직불카드가 놓여있습니다.
아마 은근히 녀석이 밥값을 쏘겠다는 무언의 표시인줄 눈치 챘습니다.
어찌나 맛있는지 "맛있다"소리를 열두번도 더 하면서 밥을 먹으니 "엄마 그렇게 맛있어?" 물어봅니다. "야야..아들이 밥 사주니 무지하게 맛있다. 다음에 또 사줄꺼지?"
엄마 밥 사주는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다음엔 더 맛있는거 사 줄테니 좋은데 알아놓았다가 전화하면 득달같이 나오라고 합니다.
아들 밥이 왜 이리 맛있을까요?
배가 고프기도 고팠지만 눈 앞에 아들을 떡 하니 앉혀놓고 밥을 먹으니 배도 차고 눈도 차서 마음도 보름달 차듯이 꽉 차버렸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