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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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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다는 기약없으니 무소식이 희소식이어라...


BY 박 라일락 2004-03-25

아직도 난 꿈 많은 소녀 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걸까.
매냥 여행길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으니..
 
타의 반 자의 반....
어판장 일손을 접으면서 늘 마음속에 한번쯤은 남도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예전..
지도 남쪽으로 몇 번 여행을 해 본적은 있지만
버스를 타고 단체로 떠난 여행인지라 대충대충 수박 겉핥기였다고 할까..
 
나 태어나면서부터 역마살이 낀 체질이라고 할까..
좋은 님 동행하여 길 따라 세월 따라 미련없이 떠나리라.
떠난들 서럽다고 붙잡는 이 없고 돌아온들 반가이 맞아 줄 님이 없으니..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없으니 무소식이 희소식이어라.
 
첫 날.
포구 삼천포를 찾았다.
남해대교는 몇 번 가본적이었지만 근래에 새로 생긴 삼천포대교는 처음이기에..
인간의 힘은 위대하다고 할까..
섬과 섬 사이를 다리로 연결하여 한반도 지도를 변하게 하였으니..
아기자기한 섬들이 모여서 멋진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남쪽 바다.
동해바다는 장엄하고 위엄이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 같다는 표현을 하고싶고
남해바다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자태의 포근한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할까..
 
춘삼월 짧은 태양은 서산마루에 걸칠 무렵..
섬진강다리를 사이에 두고 영호남인들이 화합한다는..
글 속에서 자주 대하던 하동마을과 가수 조영남님의 레퍼토리 화개장터를 찾았다.
'전라도와 경사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내고장의 오일장터보다 더 크리라 상상했는데
너무 작은 규모에 허탈감을 느끼면서 괜히 가수 조영남한테 속은 기분이...ㅎㅎㅎ
그런데 너무 이름난 관광지라 그런지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시껄버껄..
 
때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선 타향 광양시에서 숙소를 정하니
길 떠난 나그네 마음이 가슴에 닿고 왠지 서글프기만 하여라.
*아줌마 닷컴*에서 만난 광주에 살고 계시는 '어울림'님의
함께 동행하고 싶지만 마음만 전한다는 위로 전화에 괜히 눈물이 핑~
 
여행 둘째 날.
가라고 가랑비인지...
있으라고 이슬비인지...
새벽부터 약간의 바람을 걸치고 비가 오락가락한다.
피로에는 뜨거운 물에 목욕이 최고인지라..
어둠 컴컴한 새벽 광양시를 몇 바퀴를 돌고 또 돌아도 찾지를 못해
결국 택시기사님한테 안내받아 찾아간 찜질 방.
알고 보니 숙소 부근 바로 옆에 있었으니...길치는 어디로 가도.. 쩝!
 
475에서 깊은 우정을 주고 받은 igari 아우님과 해후하다.
그녀의 남편께서 친절하게도 광양제철 곳곳을 안내 맡아서 관람케 해주셨다.
이글거리는 쇳물이 용광로에서 벗어나 한 계단 한 계단을 거치면서
눈 깜짝할 사이 쇠 덩어리가 두루마리 화장지 감듯 감겨서 나오는 과정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포항제철 초창기시절 마을에서 단체로 견학을 하고 가슴 뿌듯했는데...
과학적이고 전자동화된 광양제철을 다시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더라.
제철사내 레스토랑에서 igari님 남편으로부터 후한 점심대접까지 받았으니
에고! 그 은혜 언제 갚을꼬...(기부님. 살아가면서 꼭 갚으리다)
 
섬진강 물결 따라 찾아 간 그 곳에는...
춘삼월에 때아닌 흰 눈송이가 펄펄..
깜짝 놀라 하늘을 올려 보니 봄바람 타고 꽃비가 나리네.
깊은 골 산등선 마을 골짝골짝 매화가 만발하여 온통 설 국(雪國)천지로 변하였네.
-그대와 함께 매화향기 맡으니 이 순간만은 유토피아가 따로 없지 라- 
한 잔술에 취하듯 꽃향기에 취하여 노래가 절로 나온다.
 
소설 속의 주인공...
서희와 길상이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박경리님 작품인 토지의 배경으로 나오는 하동마을과 평사리 평야는
언젠가 한 번쯤은 꼭 찾고 싶은 곳이었다.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갑자기 비바람이 내리치고
최참판댁 들어가는 입구가 공사로 인하여 막혀 있어
그 냥 돌아 나오게 되어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한 점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듯 수많은 고통의 나날들.
하므로...  
텅 빈 죽(竹)속에 당신의 정성이 가득하여라.
당신의 손가락 마디 마디 거칠기만 하여도
아름답기만 함은 님께서 쏘아 넣은 혼신의 상징이어라. -
광양에서 너무나 유명하신 죽필 공예가 죽정(竹情)김선준님을
igari아우님의 소개로 찾게 되었는데...
장시간을 걸쳐서 작품마다 상세히 그 과정을 설명하시는 모습에
진정한 예술가의 혼을 엿볼 수 있었다.
큰 작품 한 점을 igari아우님께서 구입해 나에게 선물로 주었으니..
감사! 또 감사!
헌데 아우님한테 갚을 부채가 산더미처럼 자꾸 쌓여 어떡한담?
 
만남은 이별을 동행한다고 했던가..
igari 아우님아.
친 자매보다 더 찐한 정(情)을 아낌없이 주고 받았으니 기쁘기 그지없네.
너를 만나서 보낸 시간들 넘 넘 즐겁고 행복하였단다.
동해안을 찾게 되면 꼭 연락을 주렴...
 
늦은 저녁을 갈비로 유명하다고 하는 광양시에서 해결하고
고흥반도 이정표 따라 또 다른 낮선 곳으로 차를 몰았다.
목적없이 발길 가는 데로 떠도는 나그네의 하룻밤이 타향에서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