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 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썩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왜 바꾸진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멜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교실이데아 (서태지)의 노랫말 중에서********
12시가 넘어 들어오는 큰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따라 부르는 노래가
몇 해 전 유행하던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노래가 지금 아이에겐 히트곡이 되어 있는 것이지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힘겨운 일상들을 지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일본의 락 가수에 빠져 나를 당혹하게 하더니
어느 날 새벽까지 컴퓨터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어 나를 염려케 했습니다.
영화인의 프로필을 끼고 살고, 영화의 평론을 읽고, 영화에 관한 많은 자료를 모으더니
시나리오를 쓰겠노라 했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일치하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낼 수 있는 영화인이 되겠다고도 했습니다.
영화인이 되려면 얼마나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지, 부모인 우리가 그 뒷받침에 얼마나 무력할 것인지
때로는 자존심도 상해 가며 다른 길을 갈 것을 설득하며 협박(?)했습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고 돈 많이 벌어 사는 사람이 좋아보이더냐..…..
영화에 예수님을 합하면 아주 복잡할 줄 알았는데 겨울수련회를 통해
그렇지 않음도 확신했으니 나를 믿어 달라. 돈을 벌어 효도할 자신도 없고
경제적인 자립에 대해 계획 할 수도 없으니 난 결혼도 않겠다…”
“어쩌면 넌 오랫동안 영화현장에서 고단하게 살게 될지도 몰라, 창작과 예술의 뒤편엔 늘 돈이 있어야 하는거야.."
다분히 현실적인 엄마는 쉽게 아이의 꿈을 함께 꿀 수 없습니다.
“그래도……그곳이 영화 현장이니까 나, 그러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는 아들 앞에 더 이상 현실을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네가 평범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라도 넌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적어도 멋지게는 살 수 있을 거다. 몰두할 수 있는 거리를 가지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예창작과? 영화과? 국문과? 영상학과?
“이제..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공부할거예요. 1,2학년에 확신했다면
지금보다 좋은 성적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좀 늦긴 했지만 해 볼게요”
그리고 매일 새벽 6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서고, 매일 밤 12시가 다 되어야 집에 옵니다.
아이의 기형적인 일상들에 한몫을 한 어른으로 살고 있음이 문득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서태지가 말하는 '교실 이데아'가 녀석의 아픔을 대변한다 해도,
우리네 아이들이 격어야 하고, 우리가 겪어내야 했던 현실은 변화할 줄 모릅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공부할 수 없었다는 말에 긍정 보다는 부정으로 답변하여
아이를 혼란케 한 엄마는 그 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문예창작과.. 영상학부…방송매체 …시나리오 …영화과….
대학정보를 통해 알아보니 모두가 만만치 않은 자격조건을 제시하고...
그래서 지금 더 많은 영화를 봐야 하고 평론을 봐야 하는데
아이는 수능 준비를 위해 오늘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수학을 풀 것입니다.
녀석을 믿어 주고 ,기도하고, 먹 거리에 성의를 갖는 거 그것이 엄마로써
녀석에게 할 수 있는 전부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늦은 밤 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데 키가 아빠보다도 훨씬 커버린 아이가 두 눈을 감고
아멘 을 반복하며 기도에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염려 하지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새해에 아이의 책상 유리에 끼워준 말씀 입니다.
아이와 함께 꿈꾸는 영화
10년 후쯤..
아들의 모습을 그리며 소망합니다.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난 척 하지만
아직도 불안한 엄마인 저는 그래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