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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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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선거


BY 장미 2004-03-24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가방을 내려 놓으며 내일 반장선거를 하는데, 입후보를 해야겠다고 하였다.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올해 처음 반장을 뽑는 학년이 되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반장 입후보를 하려면 앞에 나가서 연설을 해야 하는데 무슨말을 할거냐고 물어보았다.

 

딸아이는 제가 반장이 되면 우리반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 끝이라고 하였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니 모두 그 수준이려니하고 별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 초등하교 5학년 아들아이가 그렇게 하면 썰렁해서 한표도 못 얻는다고, 좀더 연설문을 구체적으로 써야 된다고 하였다.

 

 간단하게 생각했던 반장 입후보가 아들과 딸과 나의 연설문 초안 잡는데서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다.

 

 몇번의 수정끝에 내가 보기에도 근사한 연설문이 작성되고, 아들과 나는 쇼파에 딸아이는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연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제가 반장이 되면 우리반을 위하여 이런 일을 하겠습니다.

첫째, 인사를 잘하는반

둘째,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반

세째,책을 많이 읽는 반

네째,친구들과 협동하여 깨끗한 교실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이 네가지를 실천하여 우리반의 우정이 영원히 기억에 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딸아이의 연설을 들으며 아들과 나는 박수를 치고, 수정할것을 수정하며 저녁나절을 보냈다.

 

 다음날 화이팅을 외치며 학교에 간 딸아이는 축 처진 어깨로 힘없이 집에 왔다. 시무룩하게 한동안 말이 없더니,천성이 명랑한 딸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이번에 반장된 아이가 자기에게 표를 주면 멋진 파티에 초대한다고,자기에게 표를 찍어준 아이만 초대한다고 말하였다고 했다. 비슷비슷한 실력의 아이들 틈에서 획기적인 제안을 한 그 아이는 반장이 되었고 같이 입후보한 우리딸도 파티에 가고 싶어서 그 아이를 찍어 주었단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연일 터져나오는 차떼기뇌물수수,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속에서 어지간한 비리는 비리 같지도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 자라나는 어린아이들마저도 물질로 마음을 흔드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앞으로 몇번의 선거를 해야 할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달콤한 물질에 현혹되어 길이 아닌줄 알면서 따라가는 비겁함을 떨쳐버리고 올바른 사람을 선출 할 수 있는 현명함을 키워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