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얼마야"
"몰라,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게 어려운 질문 같은 것은 하지마."
아참, 그렇지. 당신은 물건값을 모른다는 것을 내가 또 깜박 했네."
내가 사 온 물건 값을 묻는 남편과 나 사이에 가끔 주고 받던 농담이다.
그 만큼 내가 물건 값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처음에 남편은 그런 나에게 화를 내곤 하였으나 나중에는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 만큼 너그러워졌었다.
물건 욕심이 적은 편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나였으니 내가 사는 물건은 꼭 필요한 것에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물건은 비싸건 싸건 상관없이 내가 사야할 물건이었으니 굳이 물건값이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지론이었고, 많은 경우 물건값을 알아보지도 않고 달라는 대로 주고 사곤 하였다.
그리고 지금 하는 커튼 가게도 그런 식으로 매매계약을 하였다.
무슨 사업을 할까 생각하며 신문 광고를 보다 커튼가게 매매 광고를 보았고, 찾아간 그 날 매매계약을 하였다.
가게를 둘러보지도 않고, 그저 그 전 주인이 이년 동안 일해준다는 조건이 맘에 들어서 달라는 돈을 다 주고 덜컥 계약을 하였다.
인수과정에서도 그런 식이었다.
그 전 주인이 어련히 알아서 하랴 싶어 상관도 하지 않았고, 몇 천불 쯤 많고 적음은 따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가게를 인수한 후에도 물건 값에 상관하지 않았다.
그 전 주인에게 맡겨두면 자기가 하던 사업이니 어련히 잘 알아서 하랴 싶었다.
그 전 주인을 해고하고 그녀가 관리하던 일을 맡아 하면서 날마다 실소를 금치 못한다.
물건 값에 상관없이 살아온 나를 가르치는 신의 방법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선 우리 가게의 가치에 대해 알게된 사실은 이런 것이다.
가게를 인수한 후 두달이 되기 전에 거의 모든 것을 새로 바꾸어야 하였다.
모든 물건이 낡아서 망가진 것이거나 원래 질이 좋은 물건이 아니어서 사용에 불편이 너무 많았다.
가게에 대한 평판도 가게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인데 내가 알게 된 가게의 평판은 이런 것이었다.
어느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그 전 주인이 일을 엉망으로 해주는 바람에 자기는 많은 손님을 잃었다고.
어느 손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 전 주인이 자기가 맡긴 천을 잃어버려서 물건 값을 싸게 해주는 조건으로 대신했지만 몹시 불쾌했다고,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그 전 주인이 영어를 못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까 샘플로 사용할 물건을 가지고 와서 똑같이 해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해주질 않아 다시 고치곤 했다고.
결국 나는 나쁜 평판을 돈을 주고 산 셈이 된 것이다.
내가 그 전 주인에게 지불하기로 한 임금은 시간당 16불이었는데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녀가 물건 값을 정하고 그녀가 일을 하였다.
50불을 받기로 한 일을 그녀는 하루종일 매달려 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손님이 해달라는 것과 다른 것이어서 뜯어서 다시해야 하는 것이었다.
난 그녀에게 하루에 적어도 130불을 주고 가게세 내고 전기세 내고 50불을 벌기는 고사하고 뜯어서 다시 하는 어려움만 안게된 것이다.
그 전 주인을 해고하고 잘한다는 다른 사람을 고용하였다.
그 사람은 이런 농담을 하곤 하였다.
"왜, 내겐 낸시 같은 사람이 안 걸리는지 몰라."
턱없이 비싼 값에 가게를 인수하였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녀는 480불에 맡은 일을 일주일을 매달려 하였다. 그리고도 만들어진 물건은 엉터리였다. 결국 그녀를 해고하고 커튼을 만드는 일을 구경된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책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 가면서 다시 뜯어서 완성하였다.
숫자를 외우는 일이 가장 어렵다던 나는 요즘 물건값을 외우고 정하는 일에 매달려 있다.
그렇게 끙끙대며 외우고 정한 물건값이 너무 터무니 없이 싸다고 가게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날 놀린다.
"Nancy's price! Nancy's price! it is free!!"
가끔 생각한다.
신은 내게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우길 기대하는 것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