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앞두고 아이들이 토요일 오후를 뭘하는지 궁금해 전화를 했더니
끙끙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작은애는...[엄마 나 아프니까 전화하지 마세요...]하고 여간 심퉁스럽게 구는게 아니었다.
아닌게 아니라 말끝마다 끙끙~대는 소리가 어지간해서는 감기를 잘 않지 않는 건강체질인데...환절기 감기가 단단히 들었던 모양이었다.
퇴근후에 보니 거실에 한가득 이불을 펴놓고 벌개진 얼굴을 하고
중환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ㅎㅎㅎ
그래도 새벽운동에는 빠질수 없다고 분명 스포츠 클럽 빠지라고 권할 엄마에게 끙끙대는 목소리로 단단히 못을 박았다.
역시나 일요일 새벽 어김없이 일어나 티비를 켜고, 운동나갈 시간을 재고 있었다.
그리 앓았으니 어지러울 만도 할텐데 운동이 그렇게 좋을까??
아픈녀석 데려다 줄겸 겸사겸사 남편과 오랫만에 산행을 해볼까 싶어
남편을 깨우고, 배고프면 참질 못하는 남편을 위해 작은 허리쌕에 요구르트며 쌀과자 간단한 간식을 주섬주섬 챙겨 넣었다.
아이가 운동하는 학교체육관 근처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우리둘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을 올랐다.
백년만에 폭설이라더니 산이 그 물기를 다 품었던지...아무래도 하산길에는 살짝 얼어 있는 등산길이 녹아 질퍽거릴거 같았다.
산 초입에 이리저리 가꿔놓은 채마밭은 뭐든 심으면 실하게 잘할거 같이 흙이 포실포실한게 돌하나 없이 손질이 잘돼어 있었다.
오랫만에 숲속에 들어서니 숲향기가 그윽하다.
그 숲속 특유의 향기...한껏 숨을 들이키며[훔~냄새 좋네~~~]했더니
안그래도 축농증이 있어 후각이 둔한 나면은...아무 냄새도 안난다고 옆에서 투덜거렸다.
우리가 자주 가던 계곡에 다다를 즈음에는 몸에서 제법 땀이 배여 나왔다.
새벽녘 기분좋은 산행에서 만나는 계곡물...
바윗돌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사이좋게 간식을 나눠먹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콩알 만하게 부풀기 시작한 산수유를 보면서
찰나의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하는 봄이 아쉬워....매주 일요일 바쁘게 움직일 나를 가늠해보기도 하고....산수유가 피고 나면 진달래와 개나리가 흐드러질것이고
더불어 조팝꽃,,,,뒤늦게 산철쭉...
오르막이 많아 숨을 헐떡대면서 올랐는데 하산길은 그야말로 내리막이 대부분인지라 손잡고 느긋하게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오랫만에 산행을 그리 마쳤다.
집에 돌아와...토요일 저녁 장을 보면서 샀던 생태로 시원하게 찌게를 끓여 아침을 먹고, 거실에 누워 한가로이 티비를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단잠에 빠졌었다.
얼마만에 자보는 낮잠인지....ㅎㅎㅎ
다음주에는 산수유가 몇개씩 툭툭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