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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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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BY Ria 2004-03-12


(담양 대나무 공원에서)

그곳에 서면 바람이 임니다
바람 부는 대숲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가야금의 선율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게
때로는 질풍처럼 휘몰아치는 소나기 같은 리듬이 있습니다.
바다를 회유하는 물고기 떼처럼
바람이 지휘하는 대로 고요하고 장엄하게
대나무 숲에서의 음악회는 영혼의 심연을 울립니다.
바람이 쉬는 대숲은 해를 품고 있는 새벽처럼 고요합니다.
그 침묵이 대숲을 더욱 푸르게 짙어가게 합니다.
사각사각 쉬이~ 쉬 곧고 높은 몸매로 휘어져 다가와 안길 듯 스칠듯
또 다시 곧추 세우고는 올곧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 푸름이 좋습니다.

햇살 마져 비껴 드는 대숲
잠시 세상과의 시간에 금을 그어 버리고 싶어집니다.
스치는 인연들이 떠나는 발길이 아쉬워 마디마디 정을 담아놓고 갑니다
어느 날 문득 그 정이 그리우면 그윽한 죽로잔에 술 한잔 따라놓고
옛정의 그림자를 찾아보렵니다
빈틈없는 고고함에 어디 숨길 곳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비밀이 있을 것만 같아 숨이 막힙니다.

들리는 듯 합니다.
그 옛날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소리가
대숲을 뒤흔들고 마른 잎사귀들이 전설로 흩날리는 듯 합니다
손을 내밀어 그 누군가가 닿으면 그 손을 잡고 발소리를 낮추고
그 숲이 들려주는 얘기를 함께 듣고싶습니다.
진실이 깊어가는 속삭임과
비껴 스며드는 햇살과 미소를 가질 수 있는 얘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대숲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곳에 가면 풍성히 채워질 가슴들을 만날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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