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순정만화를 즐겨보았다. 그 때 하늘거리는 몸매에 호수같은 눈빛을 한 만화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멋있게 보였던지 늘 내 마음은 설레었다. 그 작가의 이름은 김 동화.
이제 마흔.
내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누웠다 엎드렸다 그렇게 뒹굴뒹굴 해가며 만화를 실컷 보게 되리라는 기대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며 나는 점점 만화와 멀어져 갔고 꿈을 그리는 만화보다는 아픈 생이 투영된 소설을 읽으며 그 위에 내 삶을 겹쳐보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동심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런데...
다시 좋아하게 된 만화가 있다.
빨간자전거.
나로 하여금 기다림을 갖게 해준 만화.
그 만화의 작가분이 또 김동화님이시다. 어릴 때 내게 꿈을 선물하셨던 바로 그 분.
몇 컷에 담긴 서정적 그림과 아름다운 내용들.
노년의 소박한 시골 부부가 주인공인데 나는 어느새 그들의 열광적인 팬이 되고 있었다.
주린 배를 부여 잡은 사람에게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밥상을 선물하는 그런 만화들.
그 만화에는 인간이 있고 진실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래서 온통 정이 흐른다.
소위 글이란 것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늘 그 분의 짧은 글 앞에서, 그림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무슨 할 말이 많아 내 글은 그리도 길고 길게 늘어지는데...
그 분은 몇 마디 짧은 대화 만으로도 내 가슴을 이렇게까지 훈훈하게 데워줄 수 있는지
나는 부끄럽기만 하다.
그 분을 닮고싶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으니
정말 읽노라면 입가에 절로 잔잔한 미소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게 하는
메말랐던 가슴 한 켠 군불 지피듯 따끈하게 데워지게 하는
그런 진짜 글을 쓰고싶다.
글을 읽는 눈이 순해지게 만드는 글을...
사랑의 허기를 채워주는 밥같은 글을...
그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을 봄바람에 실어 보내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