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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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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묘미를 아시는교?


BY 얼그레이 2004-03-11

일본서 아시아홈런킹 이승엽이
시범경기에서 첫홈런을 때렸다는 뉴스듣고,
이제 한국야구가 일본서도 설설 빛을 발하는가 싶어 어깨가 어슥거려지네요..
날씨가 설설 따따무리해지면 야구시즌이 시작되는가붑니다..

야구 이거이, 모르는 사람은 하품만 찍찍 나오는,
아님 남자들이 입에 개거품물고
실데없이 흥분해쌌는 스뽀츠경기쯤일거라고 생각할겝니다..
저 또한 야구의 묘미를 알기전에 티비에서 중계방송할때면
시커멓게 그을린 야구선수들을 보면서,
'쟈들은 와 땡볕에 서서 땀 삐직삐직 흘리싸면서 조렇게 안간힘을 써쌓노? 참말로 불쌍해빈다'
라고 측은하게 여기곤 했었더래요
(갑작시리 웬 강원도 말씨래요)

근데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줄 모른다고..
아마 고 재미를 알사람은 다 알지요..
급기야는 고것이 내 장래희망까지 바꿔버렸지예..
대학때, 하루는 고딩때 단짝친구인 M양이 야구보러가자고 졸라싸킬래,
마지못해 친구의리상 우시장에 소 끌려가듯이 질질 끌려갔지요..

홈팀(당시 삼성라이온즈)관중석중앙은
알다시피 음흉한 남정네들이
야시꾸리한 옷차림을 한 치어리더아가씨들을 볼 요량으로
젤 먼저 꽉 차는 자리니 엄두도 못내고,
외야수쪽은
음메! 그 엉덩이 빵빵하니 탱실탱실하고 어깨 따-악 벌어진
글씨, 티비에선 거무틱틱해 뵈던 모습과는 영 딴판인, 정말 죽인다는 말이 딱 맞는
정--말 근사한 야구선수들모습이 넘 멀어서 쪼맨하게 보이니 영판 아니고...
그랴서 외야수쪽 관중석을 둘러둘러 걸어서 원정팀(당시 LG트윈스)관중석중앙 맨앞에 와서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사실, 야구장에선 이 자리가 젤 명당자리인게...
덕아웃에서 대기하고 있는 원정팀선수들은 물론이고,
관중석철조망의 바로밑 불펜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공던지며 몸 풀고 있는
투수의 몸짓들을 바로 코앞에서 생생하게 볼수있다는것,
글고 말만 원정팀관중석이지, 사실상 홈팀 응원관중과 원정팀 응원관중이 대개 반반씩 섞여있어서,
응원열기가 그야말로 팽팽하다못해 나중엔 거의 목청자랑대회라도 하듯이,
너나할것없이 생고함을 질러대는데...
물론 전 첨엔 얌전 좀 빼다가 울옆에 앉았던 앙증맞은 중딩여학생들 생고함소리에
나두 덩달아 흥분돼서 '*** 화이팅!!! '라고 냅다 질러댔더니
내친구 M양이 놀라서 '니 와카노?' 하면서 멀뚱멀뚱 절 쳐다보더군요..
고로니까, 원색적으로 스트레스를 걍 푸는데는
에코로 방방 뛰는 노래방도 야구관람을 절대 못따라간다는거지요

이 명당자리에서 젤 재미난건,
경기가 한참 무르익어 스코아가 예를들면
7대8(케네디 스코아)혹은 3대4(펠레 스코아) 이렇게 한점차로 경기가 오리무중일때
자기따나 경기내용이 넘 답답했는지, 알콜기에 적당히 알딸딸하게 취한
그것두 목에 둘러야 할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윗도리는 어디갔는지 도망가고없고,
와이셔츠소매를 잔뜩 걷어올리고 양복바지끝단은 흰양말속으로 집어넣은 차림으로 
응원석 어딘가의 한 얼띤모습을 한 사나이가
응원석앞쪽무대 중앙에 짠--하고 나타나서
삼삼칠 박수를 비롯해서 지멋대로 추는 막춤에다
어설픈 브레이크댄스를 막간으로 곁들이는둥,
온갖 주접을 다 떨면서 관중석을 웃음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간다는것...
티비에 나오는 코미디언조차도 이런 기상천외한 익살을 절대로 못 떨죠..

매번 야구보러갈때면 이런 사람 꼭 한명씩은 있더구만요...이런 푼수같은 아자씨들이 없으면 야구장은 그야말로 안꼬없는 찐빵과도 같은게롱...

그러다가, 홈팀에서 어떤 선수가 투런홈런이나 쓰리런홈런을 때릴라치면,
저멀리 전광판양쪽에서 폭죽이 푸우~악 불꽃과 함께 터지면서
관중석은 온통 축제의 도가니가 되고,
그 열기에 힘입어 관중석 저쪽끝에서부터 이쪽끝까지
차례로 두팔을 든채로 일어서고 앉는 일련의 동작들로 이어진 파도타기를 몇번 거치면서,
경기는 카아-악 그야말로 절정을 이루지요..
하지만, 반대로 상대팀에게 역전당했을때는
그날로 스트레스 왕창 받고 꼬랑지 내리고,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 경기가 끝나기도전에 집으로 돌아가는거죠, 뭐..

이런 야구의 첫흥분을 감추지못한 나머지,
그 다음주엔 가기싫다는 세째언냐와 네째언냐를 억지로 꼬드겨서
야구장엘 번갈아 데리고 갔지요..
어렵쇼!...이 언니들도 역시 예외가 아니더군요..
세째언냐는 쉬는날만 되면 귀찮게 할정도록 돈은 자기가 낼테니 야구장 같이 가자고 막 조르고,
글씨 네째언냐는요......그때 어떤 개살궃은 고딩놈이
상대팀 김경기(당시 태평양 돌핀스)선수를 놀릴 요량으로
'경기야! 니 궁디에 껌 붙었다'고 장난삼아 말했더니,
특유의 촉처진 쪼맨한 실눈을 뜨며 씨--익 쪼개면서
그 두툼한 허리를 휘익 틀어가며
자기궁댕이를 요리조리살피던 그 김경기아자씨의 순진함에 반해가지고
티비에서 김경기아자씨만 나오면 입을 헤벌레거리며 거의 다물지를 못하곤 했었죠..
그것도 모자라서 그때 제가 과외알바 하던
턱에 수염이 뽀질뽀질하게 난  중고딩남학생넘들 머리식혀줄겸해서
토욜날엔 수업 쪼매하고선 고놈들 야구장에 델꼬다녔져..
그러니 갸들 입장료와 맛난거 사준다고 그동안 받은 과외비 다 거들나고...
연장전이나 더블헤드게임이 있으면
어둑컴컴해서 택시타고 집에 와야 했으니 택시값도 장난이 아니었죠..

홈팀선수뿐만아니라 다른 상대팀선수들 전적까지 줄줄이 다 꿰고 있을정도록
그때의 나의 야구사랑이 지독했었쪄..
그러면서 그전까지 지녔던 교직의 꿈은 자연스레 사그러지고,
오직 스포츠연예부기자가 될 요량으로
이곳저곳 신문사나 방송국에 문을 두드렸지만,
문턱이 넘 높기도하고 실력이 모자라서 다 낙방하고,
다소 영세하고 인지도가 낮은 모신문사(지금은 폐간됨)에 입사는 했는데,
체력이 반다시 뒷받침 되어야 하는 직업이다보니
나같이 빌빌거리는 사람이야 당연 오래가지 못했지요..
스포츠연예부기자가 되어 야구선수라도 실컷 구경할려고 했는데,
고것들 뒤통수조차 구경못하고
고당시엔 다소 비인기종목이었던 프로축구 선수들만 질리도록 구경했었져...
갸들도 야구선수들 못지않게 실제로 보니 몸도 좋고 인물들도 훤칠하기는 하데요..
그래도 야구선수가 쪼까 더 낫재요.
제가 보기엔..

그 야구사랑이 남편과의 첫만남이 있기 며칠전까지 이어졌는데,
모회사에서 주관하는 야구관람하면서 짝짓기 그러니까 일종의 미팅을 접수해놓았는데,
그날 저녁에 전화로 엄마가 그 날짜로 지금의 남편과 선보는날이라고
일방통보를 해오는바람에 그 미팅자리에 못나갔지요...
그러다 선본날 남편과 눈이 딱 맞아서,
얼마되지않아 둘이서 김밥싸가지고
영화관 다음으로 야구장엘 많이 들락날락거렸지요...
아줌마가 된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야구사랑이 많이 사그라졌지만,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알게모르게 가슴이 괜히 마구마구 설레네요..

근데 야구라는게, 어떤 스포츠든 다 그럴테지만, 진짜로 재미난건, 고게 마치 우리 인생사같은게..잘 풀리다가도 안 풀리고, 안풀리다가 잘 풀리고 고롱게로 ...한번 잘 풀리기 시작하면 술술 풀리고, 한번 안 풀리기시작하면 엎친데 덮친격으로 잘 안 풀리고...

우리네인생이 아무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것처럼, 야구도 종료휘슬이 울릴때까지 스릴만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가슴졸이면서 관람하는게 그 참 묘미이지요..

날씨 따따해지면 가족나들이로 야구장엘 한번 갔다오세요...
강력추천입니다...
스트레스 푸는데는 왔다입니다..
남편,아들하고 대화의 공감대도 그전보다 더 넓어지구요...
울아줌마들이 드라마에 푹 빠져있듯, 남자들이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가게 되구요


행복한 봄날 되세요...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