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을 개설하면서 그저 부끄럽고 민망하다. 오랜시간동안 망설이며 다른 분들의 방들을 기웃거려보다가 오늘 드디어 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그러나 '작가'라는 단어는 어색하지만 언젠가 그 이름이 익숙해 질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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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속엣 것을 털어 내고자 나의 공간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과연 솔직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때로는 옮겨진 속엣 것들이 내 삶의 깨달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삶의 경고의 메세지도 될 것이다. 정년퇴임을 몇 년 남겨놓지 않은 남편과 군복무를 마친 아들, 갓 대학을 졸업한 딸.
되돌아서서 기억을 반추시켜보면 분명히 사각의 틀 속에서 살아왔는데, 왜 하나의 기둥은 보이지 않고 삼각의 틀만 보이는지.. 나는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 뚜렷이 존재하고 있는 나의 삶이 오래된 필름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덧칠하고 또 덧칠하여 하나의 완성된 유화였던 세월의 고갯마루에서 이제는 내려와서, 맑고 투명한 수채화 같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세워 감히 나의 둥지를 틀고자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에 착각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면 인화지에 옮겨진 나를 보면서 기계 탓만으로 돌리지 못하는 나이에 현실을 인정하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관찰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글을 쓴다면 역설적일까. 처해진 현실에 속박되지 않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으면서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이분법적 틀을 지니고 싶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일탈한다면 그것은 조화 같은 삶일 것이다. 일탈은 영원 할 수 없다. 무미건조한 삶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싫다면 그 가벼움 속에 활자로 채워 넣어 삶의 진실성을 깨달으면서 등불로 비추어 가고자 한다.
그리하여 글을 통하여 나의 실체를 다듬고 총체적 시각을 가진 돋보기로 내 안의 밑동을 들어냄으로서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자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