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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되겠니? (되구 말구 )


BY 올리비아 2004-03-09


나와 둘째딸도 역시 발리광이다.

드라마가 시작될 즈음이면 
우리 두 모녀 마치 말잘듣는 세파또마냥 
티브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다.^ㅡㅡ^+

조인성의 카리스마는 말안해도 
다 아는 것이니 생략하고..
(쨔식~무쟈게 구엽단 말이지~)

당구장에서 질투하며 얼쩡거리는 모습
입가에 짜장면 묻히고 열변하는 모습
아버지한테 짓터져서 혼나는 모습...

나와 딸은 일찌감치 소지섭보다는
터프하면서 순수한 조인성에게 
한표를 던지고 있었다.

난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도 보지만 작가를 보기도 한다.

처음엔 뻔하고 뻔한 스토리들이 싫어서
사실 드라마에 대해선 무척 냉소적이었는데

이젠 둥글둥글 단순하게 마음을 고쳐먹으니 
쉽게 드라마에 더 빠져들고 재밌게 볼수 있었다.

잠시나마 메말라가는 사십대인 내 감정에 
듬뿍 물한바가지 마시는 기분이 되보자..

드라마 중간중간 콩트적인 분위기를 
만들줄 아는 발리 작가..맘에 든단말이야~^ㅡㅡ^

"와~ 조인성 다리긴거 봐라~너무 길어서 척척 감긴다 감겨..그쟈?"
"웅 엄마 조인성이 소지섭보다 더 큰가봐~"

"두남자 키가 너무커서 가끔은 하지원이 상자밞고 찍는다더라"
"그래? 너무 웃긴다~~"

"야야~키큰아가 가방 들쳐업으니 넘 구엽지않냐?"
"응..멋있어.."

"있잖아 소지섭이 살던방에 새로온 총각말야 그사람이 하지원 매니져래~"
"우하 정말??"

"그래..웃기지.."
"웅 웃긴다정말..하하..근데 엄만 그런거 다 어디서 봐?"

"얌마~ 다 아는데가 이썸마~내가 발리에다가 애들을 좀 풀어놨거든~ㅡ,-"
"푸하하~"

두모녀는 그렇게 발리광이 되서는
서로 정보?를 나누며 연신 종알거린다..

"혜린아 우리 아무래도 천호동에 가야쓰겄다.?"
"왜?"

"인성이가 거기 산다잖아~만화방도 잘간다던데 우쩔래 우리 함가볼래?"

딸빙자 연예인스토커가 바로 나다.하하
(넘 째려보지마라..쬬크다뭐..쩝..ㅡ,-) 

드라마가 한시간이 훌쩍 지나고 끝나면 
숨을 조아리며 짧은 예고편을 집중해서 보곤 
우리 두모녀 다시 절규 한다.

"어머머~~ 다음편에 드뎌 인성이가 죽는갑다~~"
"그런가봐 엄마~ 셋다 죽는다더니~~"

"아띠 요즘 에쑤비에쑤 주인공들 너무 죽이는거 아냐?"

우리 두모녀 드라마가 끝나면 
이렇게 일류 드라마 평론가가 되어 있었다.
 
♬~~난 안되겠니~~

"난 안되겠니~"라는 주제곡이 
흐를때마다 마치 나에게 묻는듯 꼭 대답한다.

"왜 안되겠니~되구말구~~쩝~~인성아 어여 누나한테 와~"
"칫~엄마 언제는 톰크루즈 좋아한다메~~"

언젠가 딸아이가 톰크루즈 나온 영화를 보고 오더니 

"엄마 톰크루즈 넘 멋있더라~"
"갸는 엄마가 일찌감치 찍어논 사람이여~
글구 갸는 엄마또래니까 넌 그만 마음을 접거라"

하고 못박은 말이 생각났는지 
다짜고짜 녀석이 엄마의 남자?관계를 따져든다.

"얌마~톰크루즈는 넘 멀리 있잖냐~국외파 국내파 하나씩은 기본인겨~~"
"우헤헤..조인성은 나이도 엄마보다 훨씬 어리잖아~"

"너 요즘 연상연하커플 몰라??"
"크헐~^0^"

"그러니깐 말이다~ 엄마가 못이룬 꿈을 
너희들이 꼭 이뤄달란 말이다~ 엄마는 말이야~
 조인성같이 귀엽고 멋있는 사위 한번 보는게 꿈이다~"(←꼭 유언같다..--+)
"#$@#$...."

아~ 내가 이렇게 얼라들 보는 드라마에 
딸아이와 함께 이렇게 빠져 들줄은..
(에구 그냥 남사스러버 죽겠떠구냥..크큿~^^*)

그런데 사실 알고보니.. 
여기저기서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갖은 
아줌마들이 하나둘이 아니지 않은가..

하하하..
잠시 주책스럽던 마음에 위로를 얻으며
여자마음은 똑같은겨...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구 그려 
아줌마가 여자지..
남자가 아줌마겠떠?..

다들 같은 마음이었구나..^^*

사소한 드라마가 우리 일상을 시작해서 
때때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거 보면 참으로 
드라마의 위력에 새삼 놀랍게 느낄때도 많다.

주제곡....
난~안되겠니~~(되구말구..)라는 음악이

오늘 아침 핸드폰 모닝콜에서 
잠에 깊히 빠져든 나를 변함없이

조인성하고 하지원이 날 깨운다.
근디 야네들은 잠도 없냥~

드라마의 주인공들..

언제나처럼 또 기억속에 조용히 잊혀지겠지..ㅎㅎ

철없는 아줌마

제3의 남자주인공을 또 기다리며~~
아쟈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