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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친언니 카페에서 매일 2만 원씩 점심값 결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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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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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정


BY 어떤엄마의맘 2004-03-08

때 아닌 폭설에 여기저기서 희희낙낙 하던 봄님들이

제일 놀랬을 거예요

꽃망울에 자리한 봄님 얼마나 놀랬는지 누렇게 떳구요

개울가에 마실간 봄님 그자리에서 짱짱해진채 오두가도 못하고요

폴짝 폴작 제자리 뛰기하며 준비하던 개구린 오금이 붙었다 해요
미나리꽝에 쏘옥 내밀던 새순들도 새파랗게 질려 있구요

세상에 시샘이 많다많다 하기를 꽃샘추위보다 더할 까요?

이름은 그지없이 예쁜 꽃샘이 이렇게나 심술 맞을까요

지아무리 시샘을 하고 심술을 부려도 봄은 온거예요 막을순 없지요


시장엘 나가보세요

가까운 슈퍼 말고요 좀 먼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에요

제법 활기차고요 푸릇푸릇한 빗깔들이 그득해요

봄은 벌써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더라구요

겨우내 움츠렸던 시장 분위기가 생동감 있게 살아난걸 보니

꼭 계절탓 만은 아닌듯 했어요
곳곳에 자리한 난전에는 온갖 봄나물이 즐비해요

이름도 모르는 생소한 것들이 눈에 뜨이길래 이름도 물어보구요

 먹는 방법도 물어보구요

된장에 혹은 고추장에 조밀조밀 무쳐서 한입 가득 먹어볼 생각하니

군침부터 도는 것이 봉지에 담기 바쁘게 낚아 채듯이 집어들고

 

 얼른 집으로 향했지요

마악 시장 어귀를 돌아 나오는 길에 버스정류장 한귀퉁이,

추레한 할머니가 보자기 깔고 펴논 물건들이 눈에 들어 오지 뭐예요

죄다 까서 담아논 은행 두봉지 그리고 청국장

참 볼품없는 좌판 이였어요


우리집 마당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어요

두그루에서 나오는 은행알이 꽤 되어요

은행알 구어 먹는걸 무척 좋아하지만 까기가 영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더구나 가을에....냄새가 장난 아니예요

친척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긴 하는데

글쎄...잘 먹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런 연유로 은행을 힘들게 까서 팔고 계시는 할머니가

제눈에 들어 온거예요
가을에 직접 주워서 보관 하셨다가 파시는 거래요
그래서 더 믿고 싶었지요
이것 역시 직접 담으신거래요 좀 ..그랬지만 또 샀지요
길에서 파는 음식을 싫어하는 식구들인걸 알면서도
할머니가 파시길래 청국장을 산거예요


양송이버섯 듬쁙 넣고 신김치 넣어서 끓인 청국장을 좋아 해요

얼마전에 얻어다 논 청국장도 좀 있었지만  먹음직 스럽게 보이던

할머니께 산 청국장을 꺼내 들었어요
냄새를 맡아보니 제법 잘 뜸들은것 같았어요 빛깔도 좋았구요

많다 싶어서 반만 넣을려고 반을 쪼개니 글쎄....
그래도 이번엔 다행인것이 집안에 아무도 없었어요

또 속은 꼴을 알게됨 뭐라고 할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얼른 버리고

 시치미 뚝~~


난 오히려 그 할머니가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모르고 파셨다면 다행이구요

 뜻밖으로 이런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할머니들이 안타깝다고 생각 하는 거예요


남대문 시장엘 자주가요

버스 정류장 쪽으로 보면 별라별 좌판이 그득하지요?

항상 그곳엔 할머니들이 소소한 채소들을 팔고 계세요


그때도 애들아빠랑 시장구경 나섰다가

 한 할머니가 정성껏 껍질 까놓는호박잎을 샀지요

맛난 쌈장 끓여서 쌈싸먹을 생각하면서 신이나서 봉지를 풀어보니

가지런한 봉지밑으로는 먹을수도 없는 쓰레기들 이였어요

서둘러서 싸주시는 할머니 손길이 어째 좀 그렇더니만 속은 거지요

그후론 애들아빠 길에서, 특히 할머니들에게 물건 사는걸 질색해요

속였다구요


난 그래도 또 사요

몇몇 할머니들 나같은 아주마이들 상대로 그런식으로

 물건 파시는 분들 계세요 그렇지만 다들 그러시는건 아니거든요

 안그런 할머니들이 더 많으세요

다팔아야 돈만원 될까 싶은  푸성귀를 펼쳐놓으시고는

 열심히 다듬고 만지고 하시면서 해질녘까지 파시는 거예요


이제 날 풀렸으니 길가에 시장 한귀퉁이에 할머니들

많이 나오실것 같으네요

껍질 까놓은 마늘 다듬어 놓은 시금치  막 밭에서 솎아온듯한 얼갈이등

우리 엄마들이 많이들 사주시면 좋겠어요


또 속을까 걱정 이라구요?
물론 때로는 속기도 하지만 내가 버린 2000원 만큼만 속상하면 되고요

담아논 물건 그대로 사지 마시고요

 새로 다시 담아 달라고 하시면 돼요

그대신에 물건값 깎지 말고요  더 달라 하지 마세요
조금 덜먹고 조금더 쓰고요 조금더 많이 나누고요
그렇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정 이라고 생각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