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어디다 둘 지를 몰라 헤매는 조인성의 슬프면서도 악동처럼 귀여웠던 눈빛.
그 때문에 주말마다 내 마음이 한참 허둥거렸다.
참 이상도 하지.
그들만의 별난 병적인 사랑들이 내게는 멀고 먼 별 세계의 이야기로만 느껴져야 할 텐데
왜 똑 같은 정서에 빠져서 상처입고 아파하고 쓰린 가슴 되어야 했는지
마흔의 평범한 주부로서 어느 정도 민망함을 느낀다.
하지만, 얼마 전 박완서 작가 님의 신문 대담에서도 이 드라마가 언급되었고 또 조인성에게 귀엽다는 표현을 해 준 대목이 기억나서 어색한 내 감정도 그 분 뒤에 숨어 비겁한 변명을 해 본다.
박완서 님은 할머니인데... 여전히 여인으로서의 감정은 갖고 계신 것 같은데... 나의 요상한 감정도 이해 받을 수 있을 거야... 하면서....
그러고 보니 옆에서 그 드라마를 보시던 어머님의 눈빛도 나와 무척 닮아있었다.
참 재미있다. 이런 상황들이... 그리고 좋다. 여전한 심장의 팔딱거림이...
그렇다면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누구의 심정에 가장 친밀감을 느끼며 동조했던가?
내게 압권으로 느껴진 장면은 일단 조인성이 격정적으로 우는 장면들이었다.
찌그러뜨리면서 다시 절제했다가 또 격렬하게 울다가 결국은 두 손으로 혹은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분출하던 그의 슬픔들.... 나도 덜덜 떨렸다.
정 재민... 외롭고 고독한 그의 영혼이 가여워서 만약 나에게 그를 사로잡을만한 매력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극중으로 들어가서 그를 위로해주고 보듬어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콧날과 입술 선이 너무 예뻐서 계속 눈길을 끌었던 소지섭의 단아한 외모 또한 한동안 나를 설레게 해 주었다. 가늘고 길다란 손가락이 예뻐 또 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될 때 너무 반듯한 모습으로 나와서 마음으로부터 정을 주진 않았는데 끝 장면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갑작스레 그로 인해 가슴이 시려왔다.
사랑하는 여인이 자기가 죽어 가는 그 시점에 자신의 연적 재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 장면. 그 때 그는 죽어있었던가.. 아니면 죽어 가는 중이었던가... 아, 슬프다...
그리고 드라마의 힘은 놀랍다. 내가 드라마에 몰입하여 지금의 내가 아닌 그 아까운 청춘의 마음이 되어 재민이를 사랑했다면 이 수정이 미워야 했을 텐데, 두 사람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래야 했을 텐데 내 감정은 그렇지를 않았다. 어느 순간 순간은 내가 수정이가 되기도 했던 까닭이리라.
조 인성은 마지막 순간 수정의 사랑고백을 듣고 그래도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죽인 것에 대한 후회와 그녀의 사랑을 얻은 기쁨이 아마 묘하게 교차되었으리라.
또 한 명의 주인공 영주.
다른 주인공에 비해 화제의 중심은 되지 못하였으나 그녀에 대한 연민도 나는 애절하다.
그녀의 비음이 내내 불빛에 흔들리는 고독한 청춘을 잘 그려내는 느낌을 받았다.
두 남자의 야망과 질투에 희생당한 버려진 여인. 영주.
세 사람의 죽음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비극적인 결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 보인다.
그리고 연기자들에 대한 평도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분석하며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즐기며 볼 수가 있다.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고 감동을 주면 더욱 좋다.
그런데 발리는 사람을 몽롱하게 취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그 드라마의 매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발리의 잔상들이 계속 나를 슬프게 뒤흔들며 잠 못 이루게 한 것은 꽤 괴로웠다.
어쨌든 흔들리는 영혼들을 사랑하는 내겐 구미가 당기는 드라마였다.
한가지 더, 소지섭이 정말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데 그의 발전이 그래서 대견하고 고맙다. 모든 연기자들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런 글을 올리는 내가 참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이렇게 감상을 적어보고 싶다. 그냥 내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