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기 위해서.. 아니, 민생고 해결책으로... 내 인생 절반 넘게 늘 일속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았는가 싶다. 별보고 새벽 일터로 나가 힘든 삶의 현장를 뛰어야 했고 주방에서 늘 난타공연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타의인지 자의인지 모르지만.... 2002년도 병이란 불청객이 나를 스치고 간 후 어느 날부터 백조신세이어라. 아니, 어쩜 그 핑계로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할까.. 내 손길이 필수인 것처럼 세뇌되었던 주방 난타공연도 바쁜 주말이나 공휴일을 제외하곤 어지간하면 못 본체 한다. 수협 어판장 경매일 역시 아들 현이가 밥이 되던 죽이 되던 알아서 하라고 하였으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할까.. 그래서 그 공간을 이용해서랑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이 뇨자 생각 잘 했지요?) 지난해는 충청도 지역을 두루 다녀 보았고... 올 2월에는 4박 4일 코스로 서울과 수원,온양으로.. 엊그제는 2박 3일 예정으로 길을 떠났다. 먼저 찾은 곳은 대구 팔공산. 갓 바위 앞쪽 뒤쪽 그러니깐 팔공산 반바퀴를 돌아다닌 셈이라고 할까... 학창시절 수없이 드나들던 자연 그대로의 팔공산..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제는 산도 인걸도 모두가 변하여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더라. 우리 식당이란 곳에서 산채 음식을 먹어도.. 비행기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함대 카페에서 칼질을 하여도.... 그 옛날 단발머리 여고시절 팔공산을 찾던 추억이 그리워지니..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랴.. 잡지 못한 내 청춘을 탓하랴... 물을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여행 코스에는 언제나 온천이 있는 곳을 필수로 넣는다. 돌아오는 길목.. 포항에서 딸아이와 합류를 하여 창포온천에서 여행에 지친 몸을 풀었다. 따끈한 온탕에는 안개처럼 피 오르는 뿌연 김 살.. 봄이 찾아 오는 길목 먼 산에 아롱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기분이여라. 조물주가 잠시 착각을 하였는지도 몰라.. 창 밖에는 봄이라는 계절을 잊은 냥 때아닌 흰 눈이 펑펑..... 꽃 시샘 바람이 불어 제친다. 봄맞이하는 맘으로 여행길 나서면서 가벼운 옷 차림 가죽 윗도리를 걸쳤더니 쌀쌀한 날씨가 어쩜 다시 겨울로 돌아 간 기분이다. 자정이 넘었다고... 지네 집에서 자고 가라고 딸아이가 나의 치마자락 붙잡건만 뿌리치니 '간다고 가라고 하는 이 없고, 온다고 오라고 하는 이 없건만..' 엄마는 무엇 땜시 집에 못가 안달이냐고 궁시렁 궁시렁... 귀 밖 동냥처럼 못 들은 체 나의 안식처로 발길을 돌린다. 며칠만에 통신을 열어 보니... 3월 12일부터 21일까지 광양에서 매화잔치가 열린다고 어판장 거래처 송사장께서 초대하고 싶다는 메일이.... 섬진강 광양에는 통신으로 만난 절친한 이가리 아우님도 있는데.. 지난해 매화잔치에 아우님이 초대를 했건만 어떤 사정으로 인하여 못 갔고 올해 꼭 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이가리 아우님도 만나고... 이 기회를 찬스로 또 잡아 여행을 떠나 봐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