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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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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지만 봄은 오고 있었다.


BY jeongann 2004-03-02

날개달고 부지런히 달려 오던 봄이
조금 멈칫거리지요.
지난달 며칠동안 초여름 같던 날씨로
이미 마음은 봄을 맞아 들였는데
두터운 외투를 뚫고 파고든 사나흘 추위가
몸을 움추러 들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미 봄은 우리곁에 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멈춘 줄 알았던 지난 겨울이었는데도
봄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파릇파릇한 보리의 이파리가 봄을 알리고 있구요,
나뭇잎을 떨어뜨린 채 웅크리고 있던 나무들도
쉼 없이 물을 뿜어 올려냈습니다.
전주천변의 버드나무도
이미 녹색향연을 시작했습니다.
벌레를 없애려고 불을 놓아 태운 자국이
아직도 선명한 논둑에도 봄이 달려와 있습니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봄의 화려한 변신이
겨울의 시샘으로 자꾸 늦춰지는 것 같지만
개나리도,산수유도,매화도 빼꼼히 얼굴을
조심스레 내밀었습니다.
어서 빨리 목련의 뽀얀 목덜미도 보고 싶구요.
진달래의 외로운 듯한 고고함도 보고 싶습니다.

찔레나무에도 살짝 새움이 돋게 될 삼월입니다.
보일 듯 말 듯 새움이 돋기를 바라는
그 비밀스러운 기다림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우리의 무심함에도 여전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만물이
한결같음으로는 사람을 앞서 가네요.

그래서 자연은 큰 교과서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획도 어긋남이 없이 법칙에 따라 움직이니 말입니다.
아마 이보다 더 정교한 기계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봄을 감춰 놓고 찾아 보라는 겨울은
봄을 숨은그림속에 감춰 놓았지만 우리는 봄,
희망의 봄을 찾아냈습니다.

우리들 삶속에도 혹독한 겨울이 올 수 있지만
그것을 잘 참고 견디면 이렇게 화창한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3월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더 소중한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