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인지 봄을 느끼기엔 아직도 바람이 차지만,
3월! 아이들이 또 새학기를 맞았다.
내가 이제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수없이 겪어온 그일이 올해는 더 새삼스럽게 닥아듬은 무슨 이유일까?
애들이 유치원때부터, 아니 나조차도. 3월이면 수많은 새학기를 맞았다.
새책과 새 공책. 그리고 달라진 교실과 새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새로운 각오가 용솟음 쳤고, 노트 첫장은 글씨 조차 잘쓰곤 했다.
그 속에서 웃고 울며 배우고, 자라고 오늘을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웠고 또 꿈을 꾸었던가! 물론 다 이루어졌던것은
아니지만, 한해가 지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자라있음을 보곤 했다.
막내는 군인이라서 휴학을 한 상태이지만,
큰딸은 박사 과정으로, 둘째딸은 졸업반으로 새학기를 시작한다.
큰아이는 결혼생활과 병행해야하는 공부가 만만치 않을테고, 둘째는
취업을 고려해야하니 그 또한 만만치 않을터이다.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아무 걱정 없을 줄 알았었는데,.....
그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엄마의 역활은 어떤것일까? 이제는,
다 자란 아이들에게 엄마의 역활은 묵묵히 바라보며,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우선이지만,
아직은 학생이니 살면서 부딪치는 여러가지 문제와, 진로 문제로
가끔 힘들어 할때 등을 토닥여 주고.
"넌 할수 있다! 무엇이든지 못 할게 없다" 고 용기를 주곤 한다.
터질듯한 젊음을 저녁시간에 맞아들여, 맛갈스런 음식을 먹여주고,
그들과 따끈한 차라도 한잔 마주하고 대화를하다보면, 세월의 무게에
눌려서인지 때론 내자신이 작아짐을 느낄때가 있다.
나도 그들같은 나이가 있었고, 신나게 연애도 하고, 공부도 하고,
,길게 생머리를 늘이고 미니스커트를 입던 시절이 있었는데.....
난 어디갔나? 나는 어디론가 없어지고,
아이들속에 내자신이 살고 있음을본다. 호기심과 정열로 뭉쳐있던
나의 젊은날들을.......
어제 읽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을 생각한다. 병든-루게릭병-
스승과 제자의 감동적인 헤어짐을 보며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었다.
세상을 밝게 긍정적으로 보는 눈과 초연히 죽음을 맞이하며 들려주는
스승의 가르침은 많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실존 인물인 모리교수와 제자 미치의 화요일마다 만나서 나눈 대화와
마지막강의에서 나오는 '살아있는장례식'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1등만을 추구하는 우리네 삶에서, 귓가에서 소근소근 조심스레
"2등이 되는것도 괜찮다"고 들려주는 모리 선생님의 가르침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밝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르쳐 주고 싶다.
. 지식으로만 팽배해진 머리로 살지 말고,
강하고 고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어져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설명해 주고싶다.
우리의 삶은 정말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것인가를,....
너희들은 얼마나 귀하고 훌륭한, 소중한 하나의 인격체인가를........
또, 너희들이 우리곁에 살아 있는 그자체만으로도,
엄마 아빠에게는 얼마나 축복이며 크나큰 희열인가를.....
- 신학기를 맞는 두딸과 공익근무하는 아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