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연휴를 앞두고 사람들은 저마다 무얼하며 보낼까 즐거운 궁리를 하는 듯 보였다.
어떤이는 어디로 놀러 가면 좋을까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고,
어떤이는 분주하게 전화통을 붙들고 약속을 잡고 있는 눈치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눈뜨면 달려가야 할 일터가 있는 나에게
며칠간의 연휴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들이다.
나는 짐짓 머리속에 나만이 아는 그림을 며칠전부터 그려 두었다.
그동안 미루어 둔 집안 곳곳의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이 빨아서 새로이 다림질을 하여 새것처럼 산뜻하게 커튼을 매만질 것이며,
겨우내 실내에 들여 놓고 마음껏 초록을 선물해 주었던 화분들을 베란다 한켠에
말끔히 정리해 두는 일을 더 이상은 미루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성큼 다가선 봄이 내집 문턱에도 따사로운 햇살로 올것만 같다.
뽀사시하여 새로 해 단 것 같은 아이보리색 면커튼과,
노오란 꽃무늬 잔잔한 침구세트가 화사한 봄햇살을 받으니
안방이 한결 밝아 보여 내 기분까지 개운하다.
모처럼의 쉬는 날이면 늦잠이라도 한번 실컷 자고 싶어 지지만,
뭔가 축 쳐져서 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그런 날이면 으레히 오늘은 무슨일을 할까
찾아 나서길 즐기는 편이다.
어수선해진 옷장을 차곡차곡 정리해 두고.
먼지 내려 앉은 스탠드 갓도 깨끗히 씻어 내고,
욕실도 반짝 반짝 윤나게 닦아 본다.
그리고는 겨우내 우리 가족들에게 따스함을 가져다 주던 카펫을 걷어 내고는
조금 더 엷은 베이지톤의 폭신한 러그를 깐다.
한결 넓어 보이는 실내공간에 감탄을 하는 아이들은
마치 우리집이 호텔 같다나 ...
바로 이런 맛이 살림하는 재미이려니 싶어
조금은 지쳐 보이는 나에게 가져다 준 약간의 긴장감이 기분 좋다.
겨울동안 성큼 자라난 식물들을 베란다 한켠에 오밀조밀 배치하다 보니
군자란에 꽃몽오리가 맺혀 있는 것이 보인다.
머지 않아 화사한 주황색 꽃을 보여주려나 보다.
그 화분은 겨우내 베란다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새로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내면의 아픔조차 모두 감싸 안고
새로이 태어날 줄 아는 지혜로움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참으로 오랜만에 나 다운 나로 돌아가 설 수 있는 이런 시간들이
나를 참 편안한 행복감에 젖게 해 준다.
어느새 3월이다 .
화사하고 눈부신 새봄처럼 생기 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시간들로 나의 시간들을 채워가고 싶다.
언제 어디에 서 있든 봄 햇살처럼 따스한 사람으로
묵묵히 인고의 세월 견뎌내야 하는 것이
어쩌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은 아니었을까?
오늘은 다시 나의 얼굴에 화사한 화장을 입히고
새봄의 리듬에 맞추어 씩씩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낯설지 않고 당당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는 사랑스러워 보인다.
다시금 봄햇살처럼 환하게 살아 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