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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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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요


BY 어떤 엄마의맘 2004-03-01

한 열흘을 달리기를 못했어요

그동안  몸살기운에 강아지 출산까지 겹쳐서

바깥구경할 틈조차 없었어요

 

달리기를 좋아해요

남산밑으로 이사온후에

조금씩 걷는 시간을 늘이다가, 좀 뛰어보다가

이젠  한 9km 왕복 완주에

속도 경쟁까지 하는 경지에 이를렀어요

근 8개월만에 이룬 쾌거지요

 

처음엔 걷는것 조차 힘들어서 쉬다 걷다 하기를

왕복에 무려 4시간 정도 걸리는 운동량이었어요

옆에서 바람처럼 달려가는 분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난 언제쯤 저렇듯 뛰어보나 했지요

이젠 나도 바람처럼 달려요

그기분 그 상쾌함 달려본 사람만이

그맛을 그기분을 알수있는 거예요

모자 푸욱 눌러쓰고 운동화 신고 나서보세요

날씬해지구요 피부도 고와져요

물론 젊어지는것은 당연하구요

 

이렇게 달리기 매력에 빠져

그추운 겨울에도 멈추지 않던 달리기를

한몇일 안하였더니 배가 나오지요

자꾸자꾸 졸리운것이 무기력해지구요

 

누워있다가 그냥 모자 푹 눌러쓰고

그새 먼지 뽀얀 운동화를 꺼냈어요

발을 쓰욱 집어 넣자

발고락들이 먼저 반기는 거예요

간질 간질거리는 느낌이 기지애를키면서

"오~우 오랜만이야  달려보자 발맛좀 보자구"

타박타박 내딛는 발바닥에

아스팔트길이 쩍쩍 달라붙구요

두빰에 와닿는 산들산들 공기맛이

얼마나 달고 시원한지요

맘껏 양껏 들이마시며 달렸지요.

 

봄을 보았어요

봄은요 개구쟁이 소년이였어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오며 끼들거리더니

어느 한순간에,

내양 겨드랑이에 두손을 끼고

마구마구 내달리지 뭐예요

코앞에 불쑥 내미는 싱그러움에

눈이 번쩍 뜨여서 두리번 거리는데

어느새  휘리릭 저~만치 달아나고 있구요

 

꿈결인듯 아련한 눈부심에  두눈 감은채

 발그레 달아오르는 내숨결  달래보는데요 

쑥스럼따라 내밀던 그아이의 손길이 느껴졌어요

 

 

       ( "너 닮았다"

        들쳐진 치맛자락

                    앙칼지게 내리치며

        그사이 달아난 못된녀석

                    미웁다 하는데

        어느틈에 한웅큼

                    뭉터그린채 꺽어들고

        코앞에 불쑥 들이밀던

                   물먹은 버들 강아지

        눈물 글썽이던 속상함도  

                   수줍은 미소로 감싸지며

         아가 솜털 마냥 보드랍던 

                   물먹은 버들 강아지 )

 

어때요?

달리기 하고프지 않은가요?

모자 푸욱 쓰구요 운동화 신고 나가보는 거예요

 

개나리가 피는지  민들레가 피는지

소리없이 살그머니 피었다 지는 것들을

하나도 봐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속상해 하겠어요

쌀알 만큼씩 톡톡 거리는 개나리들이

지금 한창 꿈뜰거리거든요

가만히 들여다보구 만져주는 거예요

그래야 나중에 한참 이쁘게 활짝핀 모습들 바라보며

더예쁘다 해줄수있고요  

더 반갑다 맞이해 줄수 있지요

봄은요 개구진 소년 이구요

봄은요 수줍음 많던 그소녀가 보고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