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강원도에 사는 친정 남동생들이 내가 사는 포항에 다녀갔다.
실로 십육칠년만인데..걔네들 결혼하고는 처음이였다.
친정 동생들이 올케와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온다하니
긴장감에 며칠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허공에 붕 뜬 며칠이였다.
내 친정 아버지 ...
아들과 딸을 철저히 차별한 탓으로 친정 오빠나 남동생들은 덩달아
누나들을 귀히 여기지를 않았는데..
친정에 올케들이 들어오자 그 차별은 도를 더해 갔다.
아버지는 아들들과 며느리들만 있으면
당신의 노후는 염려 없을거라고 굳게 믿었는지
딸들이나 사위들 심지어 외손자들 까지도 상처를 입히기 일쑤였다.
아버지의 행동은 오빠를 안하무인으로 만들었고.
남동생들 또한 누나들을 챙긴다는것을 할줄을 몰랐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도 불구하고 잘나가던 아들들이 속속 무너지고
외면 당한 딸들은 시댁에 충실하며 원만한 결혼 생활들을 하니
아버지는 뒤늦게 깨우친듯 하셨다.
십육칠년만에 내집에 오는 동생들을 위해 나는 죽도 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날따라 봄비 같은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그냥 비를 맞고 싶어 차에 우산을 일부러 두고 내려 장을 보았다.
멍게며 ..회며 ..생미역이며 .. 전복이며..어깨를 적시는 비를 맞으며 장을 보는데
남동생의 전화다.
'"누나!!우리 도착 했어...어여 와요..""
""응..장보고 갈께..우선 삶아놓은 영덕게 먹고 있어..""
그토록 기다리던 동생들이 누나집에 도착 했다는데 내목소리는차분히 깔려 있었다.
전화를 끊고 장본 검은 봉다리들을 들고 시장통을 걷는데 서글픔이 밀려와
눈물이 핑..도는거였다..
"마한놈들..이제 누나집에 오니..괘씸한 놈들..오죽 니들이 괘씸하면 한때는 니들 전화번호 볼펜으로 까맣게 지웟을까..""
그래도 오랫만에 온 동생들 올케도 왔는데 기분좋게 맞아야지 다짐하며.
현관을 여니 내가 그토록 오메불망 그리워 하던 같은 성을 가진 친정 피붙이들이
거실에 한아가득하다..아찔 하니 현기증이 났다..
분명 반가운데 반가움이 표현 이 안돼고 평소 나같지 않게 내 행동은 쭈삣 거렸는데...
나는 동생들 앞에서 취하고 싶었다.
한잔 두잔 석잔 그리고 몆잔을 더마시니 눈물이 카펫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거였다.
동생들은 나의 눈물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누나 미안해..잘못햇어..안그래도 작은 형과 먼길 오면서 이길을 우린 멀다고 안왔는데 누난 일년에 몆번씩 오고 갔을텐데..누나 힘들었겟구나..했어.누나 미안해..""
맨정신으로 내뱉지도 못하는 아버지가 잘나게 키운 동생들에게 나는 마구마구 토해 냈다..
"야 이놈들아...무정한 이놈들아..니누나 종부로 힘든게 살면서 친정 부모형제들이 얼마나 그리웠줄아니.얼마나 그리웠음 향수병에 밤바다 베겟잎을 적셨는데..나혼자 남쪽지방에 뚝 떨궈 놓고 지금 에서야 내집에를 왓니..마한넘들..너네 이것좀 바바..""
나는 장농에서 꺼내온 낡은 천 가방 지퍼를 열어 보였다.
그 천가방안에는 처녀시절 찍었던 사진들과 누렇게 탈색된 편지들이 나왔다.
동생들은 내가 간직한 편지들을 묵묵히읽어 내려갔다.
동생들이 읽어 내려 가는 편지들은 나 새댁시절에 보낸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의 편지와
동생들이 보낸 편지들이였는데..
나는 그 편지들을 버릴수가 없어서 이십년을 넘게 간직해온거였다.
""누나...우린 기억에도 없는 우리가 쓴 편지들을 간직하고 있었어요?흠....""
""어...니네가 그리워 마음 못추스릴때 난 이편지를 읽고 또 읽다보니 이십삼년이 흘렀네..니 누나 사십넷이다 사십넷..니네 탓 아냐..니그 아버지가 니들을 잘못 키운거야..""
남편은 내 등을 토닥이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는데.
그순간 남동생의 핸드폰이 울렸다.아버지였다.
내가 내 아버지 전화를 받은것은 시집오고 23년동안 통틀어 서너번인데..
그런 아버지가 아들들의 먼길을 걱정한바 걸려온 전화였다.
동생들은 듣고 싶지않은 아버지의 전화를 나를 바꿔줫다.
""저예요...""
아버진 다짜고짜.""니...걔네들한테 잘해줘!!!좋타는건 다 해먹여!!보낼때 회좀끊어 보내구!!주희엄마 바꿔바.!~""
""네 아버님 저희 형님댁 도착 했어요..""
""구려구려 아가야. 좋다는건 다아 해달래서 실컷 먹고와..'"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찌나 그리 당당한지..속이 확 디집어지는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내가 벌어 공부하며 오빠 학비 보태요.
동생들 학비 보태요.
친정 경제사정 고려해 혼수 적게 해와 내가 시어머니께 십년을 박살 났는데..
도데체가 친정 아버진 이뻐할 ?구석이 없는 노인네엿다.
일반 친정 아버지 같으면 대식구가 몰려 갔는데 니가 애먹겟다.이말은 기본 멘트 아닌가/?
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워 자신만 아는 안하무인인 오빠..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밀어준 사업자금 까먹고 어렵다는 소식에
내가 어렵게 살아본 경혐이 있기에 가난의대한 고통을 익히 알기에
얼마간에 돈을 부쳐줫다는 내게 아버진 그 흔히 쓰는 ""미안타.""말도 표현 못하는 내 아버지.
아들들 돈은 십원한장 받기를 거부하면서 딸이주는 사위가 번돈은 당당히 받는 내 아버지.
포항옆 감포에 강원도 그먼길을 문중회의차 오셔도 피곤하고 귀찮타며 딸네집 앞 도로를 오빠랑 그냥 지나치는 연구대상감인 친정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들들과 올케들..
이번에 방문한 막내 올케.
""형님...우리 애들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 하시는거 아시죠?"
애휴...그 시아버지의 며늘답구나..
""이사람아.우리 둘째는 대학간다..""
""에이 형님..초등학교와 대학은 틀리죠~~""
""모가 틀리노?대학은 양복 마춰 줘야한데이.""
줄줄은 모르고 받기에 익숙한 동생들과 동생댁..
애들이 이박삼일간게 방문을 마치고 떠나는 날..
난 기어코 아버지가 명령한 회를 강구항에 들려 니들이 끊어 가라 했다.
왜냐면 아버지가 밉기도 했고
쟤네들에게 아버지께 베푸는것도 가르키려고.
속좋고 눈치없는 내 남편은 장인어른 회 끊어 보내라고오른쪽 옆구리 쿡쿡 찌르길래
남편에게 눈을 홀겼는데 아...이 실랑 또 왼쪽 옆구리 콕콕 찌른다..한방 맞을래?눈빛으로 협박하니 착한 내남편 그제야 정신 차린다..크흐^*&
동생들이 탄 검은차가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며
"아고 이넘들아..외삼촌들이라꼬 근 20년만에 처음와서 니그 조카 대학가겟다.마 .용돈 쪼매 애들한테 건네면 니그 누나 니그 매형한테 낮이서고 우리애들도 친삼촌들정만 느끼다 외삼촌 정도 느낄텐데.그람 나는 니그들한테 고마워 곱으로 니들 애들한테 갈텐데...니네가 지금 그자리 있기까지 나의 희생이 발판이 됏는데...""
중얼 거리며 올라오니 대구 시동생의 전화다.
""형수.~~복달이 대학 기숙사 입주 하는날 연락 하세~~밥한끼 먹게로...""
대구로 대학 온다고 대구 사는 막내 시동생은 자기집 4년데리고 있겠다고 하는것을.
고마운 마음으로 거절했지만 그러면서 형성되는 정을..
내 친정 동생들은 모르는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더욱더 나는 내 아버지가 미울수 밖에...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