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를 다녀와서
남편이 미역국 끓여야지 한다
응 ? 오늘이 내 생일이란다
정신없이 사는 날들의 연속이라 생일이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다
갑상선 종양 수술을 받아 미역국 보다는
김치국을 끓여서 남편과 함께 먹었다
아무말 없이
생일 축하해 소리도 못한다
낮에 시누이들이랑 만났다
칼국수를 사 주었다
으례히 생일 당한 사람이 대접하는것이다
요즈음 남편의 실직으로 너무 힘이 든다
시누이한테 돈을 빌린터라 만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손윗 시누이는 시어머니의 사랑을 모두 쏟아 주신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그런데 잘 살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 늘 시누이에게 미안할뿐이다
함께 있는 시간이 어찌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저녁 나절쯤 헤어져 집으로 오다가 교회에 갔다
기도실에서 실컷 울었다
마음이 슬프고 현실이 힘들어서 말이다
맘대로 일할수도 없는 자신이 슬프다
생각과 달리 갑상선은 너무 피곤하다
마음은 일하고 싶은데 할수가 없다
아이들은 공부를 시켜야 하는데 엄마인 나는 아프구
남편은 허리디스크 목디스크로 아프구
사업이라고 작은것 벌려 놓았지만 이제 시작이니
하루하루 이것 저것 너무나 힘에 겹다
교회 기도실에서 실컷 혼자 울어대고
집에 오니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난다
남편은 아내의 생일상을 차리려고
부대찌개를 끓인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그래 행복은 이런거야
내 가진것이 많지 않아도
말없이 잘 견디어 주는 아내의 생일
고기는 넣지 않아도 햄만 넣고 끓이는 부대찌개
온 집안이 따뜻해져 온다
남편은 방안에 들어가더니
남방뒤에 선물을 넣고 여자처럼 앞에를 잡아 맸다
그리고는 등뒤에 책가방 맨것처럼
나에게 등을 돌린다
뭐야 ? 꺼내봐...
포장도 하지 아니한 속옷...
오늘 세무서에서 환급 받은돈 가지고
아들 녀석 전화요금내고 선물을 샀단다
그리고 햄 양파 오뎅 무우 사 가지고 아내의 생일상을 차린단다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
그런 남편의 부대찌개는
늦은 저녁 친구의 생일이라며
케잌을 들고 찾아 온 친구들과의 멋진 저녁상이 되었다
부하게 살지는 못해도
마음에 따뜻한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
내일 아침엔
오늘 시누이에게 받은 돈을
남편에게 용돈으로 내밀어야 겠다
고마워요.. 하며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