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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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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뜸을 뜨면서


BY 우체국 2004-02-27

    쑥 뜸을 뜨면서 

        

   생활이 곧 아픔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오늘은 참말로 아프다. 팔, 다리, 어깨, 그리고, 겨울 날씨까지 한몫을 한다.

   그래서 친구가 권하는 한의원으로 갔다. 진찰 결과는 몸을 무리하게 사용하고 있어서라 했고, 그 후에 오는 현상이라고도 했다. 한의사에게 나를 다 맡길 수는 없지만 오늘은 맡기고 싶었다. 그래서 처방을 내리는 대로 따랐다. 처방 중에 쑥 뜸을 뜨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상위를 다 벗고 누워 간호사가 올려놓은 쑥 뜸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개를 올려놓고 간호사는 종을 손에 쥐어 주었다, 뜨거워지면 종을 울리라는 것이다.


   얼마나 뜨거워지면 치는 걸까?. 생각하며 종을 왼손으로 꼭 잡고 천장을 쳐다보고 있는데 모락모락 피어나는 쑥 뜸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사라지고 피어오르다가 사라지곤 했다. 꼭 내 생각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뜸을 뜬 곳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시킨 대로 종을 치자 간호사가 종소리만큼 빠르게 달여와서는 다시 뜸을 올려놓으면서 다시 종을 손에 쥐어주며 갔다. 뜨거우면 다시 종을 치라고 했다. 종을 바라보니 내가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 할아버지는 구십세를 훨씬 넘으셨었다. 노환으로 방에만 계셨고 가족들은 교대로 병 수발을 들었다 .그 중 내가 제일 어리고 할 일이 없어 많은 시간을 할아버지 옆에서 놀았다. 친구들도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놀아야만 했다. 그때 할아버지 손에는 종이 들려 있었다 .기력이 약해 크게 부르지를 못했으므로 종을 흔들어 우리를 불러야 했다.

   그 종은 황금빛이 났는데 종소리가 참으로 맑았다. 하루는 친구와 마루에서 살구 박기를 하는데 할아버지 종소리가 났다. 

 그러자 우리들이 방으로 들어갔는데 할아버지는 요강을 가리키며 가져오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요강을 들 힘도 없었으므로 우리는 요강을 들이밀고 할아버지 바지를 내려 오줌을 누게 하고는 이내 마루로 나와 다시 살구 박기를 했다.

 그런데 다시 종소리가 나서 들어가 보니 이번엔 물을 가리키셨다 우리는 서둘러 물을 숟가락으로 떠 할아버지 입에 떠 몇 숟갈을 받아 드신 할아버지께서는 손을 흔들어 됐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후 우리들이 방을 나오려고 하면 할아버지는 눈깔사탕을 손에 쥐어 주셨고 우리들은 좋아서 뛰어 나오려고 하는데 조금 전에 오줌을 눈 요강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그 김이 어찌나 슬프게 보였든지 나는 얼른 부채로 덮어놓고 나왔다.     

   그렇게 할아버지하면 종이 생각이 난다. 오늘 내 손에 쥐어진 종은 나의 아픔을 알리기 위한 종이고. 그때, 할아버지 손의 종은 생활이었다. 할아버지는 그 종이 없으면 하고 싶은 것을 하나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종은 곧 할아버지였다. 그런데 오늘 나는 할아버지처럼 아픔을 종으로 알리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의 삶이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종을 울려 제 마음을 울린다는 것은 듣는 사람이나 울리는 사람이나 그 외 모두에게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전 아픔이 벌써 다 낳은 듯하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저녁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을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