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부부가 오붓하게 저녁을 먹고나서 남편은 신문을
펼쳐 들고, 나는 드라마 보느라 시선을 고정 시킨채 쪼그리고
앉아 정신이 없다.
문득 너무 긴 침묵이 흐른것같아 남편보고 말 을 건넸다.
"참 오늘 신문 보니까 눈에 띄는 내용이 있던데."
"무슨 내용?"
"그 뭐더라....."
평소에도 깜박대기 선수인 머리로 아침에 읽었던 내용
기억 할려니 머리속이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아! 이제 생각났다~ 그 왜 있잖어 역모가지론이라구."
순간 말 을 해놓고 아차차! 이게 아닌데 깨닫는데
남편 표정이 장난 꾸러기 악동처럼 변하더니 웃음을 참으며
"모가지? 무슨 모가지?"
해가며 자기 목을 빼서 돌려가며 장난을 친다.
"아니 이 양반이 정말... 나는 분명히 모기지라고 할라 했는데
발음이 잘못 나온 거라구."
아무리 우겨도 남편은 "모가지라 그거 말 되네 " 해싸며 놀려된다.
참 요즘은 희한한 말 이 많아서 사람 헷갈릴때가 많다니깐...
얼마전에는 점심때 나갈 일 이 있어서 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느닷없이 집에 와서 점심을 먹겠다고 연락이 왔다.
집 근처 볼 일 보고 가는 길 에 밥 을 먹고 가겠다나
은근히 귀찮았지만 마지 못해 그러라고 해놓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하고 김밖에 반찬이 없다.
믿을곳은 냉동실이라 확인을 해보니 저번에 사다 넣어둔 코다리가
어서 먹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옳거니 저걸로 코다리찜을 하자 싶어 감자하고 양파와 매운 고추 넣어
얼큰하게 만들고, 만만한게 달걀이라 남은 야채 다져서 계란 말이를
해서 푸짐하게 썰어 접시에 담았다.
작은 뚝배기에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서 준비가 끝나가니 남편이
도착을 하였다. 아무리 웃는 얼굴로 맞이 할려고해도 연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입이 나온게 티가 난 모양이다.
슬쩍 내 눈치를 살피더니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금방 한 밥에다 준비한 반찬 들을 상에 놓으니 제법 푸짐했다.
밥상을 차려주고 나는 부엌에서 치우고 있는데
" 뭐해? 일루와서 같이 먹지."
"........"
"이 코다리찜 맛있는데~ 이거 어디서 났어?"
"아! 샀지 어서나 구럼 내가 동해바다 가서 잡아 왔을까봐?"
"뭐? 으하하하~ 그려 그려 맞는 말이여 ."
퉁명스레 대꾸 해놓고 나도 우스워서 함께 낄낄대며 웃었다.
마누라가 실수를 하거나, 매력없이 굴어도 밉게 보지 않고 언제나
유머로 받아주는 남편인지라 오늘까지 별 탈 없이
살고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