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언제 오려나 목빼고 기다리니 오긴 오더이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겨울 외투를 입고 나와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사내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겨울 볕에서도 봄인양 좋더니다. 아직도 2월이면 겨울이 끝자락을 버티고 서있는데도 우리는 마냥 봄인것처럼 자기 최면을 걸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쉬는 남편과 함께 근처에 낚시 할곳을 찾아 나서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는 자전거와 야구 글러브와 공 그리고 프리스비까지 챙겨서 나섰습니다. 그런데 낚시를 할수있는 공원은 아직까지 열지 않았더군요. 4월이나 되어야 연다는 고지를 읽고선 하긴 아직도 겨울인데 하는 생각과 함께 돌아오는데 섭섭했습니다.
결국에는 아이들도 차안에서 잠이들고 하지만 따가운 햇살은 저희를 들뜨게하고. 할수없이 근처에 놀이터가 있는 공원으로 향했죠. 분명 이 녀석들이 깨어나면 한바탕 통곡을 할터이니 차라리 공원에서 야구라도 할심산으로..
과연 날씨탓인지 공원에서는 직장 야유회도 하고 아이들도 많고 연을 날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이 몰려가는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두 돌이 지난 작은 아이와 다섯살인 큰 아이는 들떠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눈이 많이 내리고 추웠는데 벌써 잡초들과 나오기 시작하고 앙상하게 잎을 잃은 나무들은 빽빽히 들어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아이들이 흥분해 지르는 소리가 메아리를 쳤습니다. 정글속을 탐험하고 있다고 흥분한 둘째아이가 내지르는 기함소리.. 조그마한 나무다리만 나와도 아이들은 대단한 탐험을 하는양 용기를 내어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며 뱀을 찾겠다고 야단이었습니다.
트레일 곳곳에는 안내겸 프리스비 게임을 위한 숫자 표시가 잘되어 있어서 작은 아이는 숫자를 찾을때마다 마치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하고. 우리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부모들은 서로 웃으며 하루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하이킹 트레일이다보니 꽤나 먼 거리였는데도 작은 연못도 있고 늪지대도 있고 냇물과 통나무 다리 재미있게 걷다보니 작은아이의 피곤함을 잊게 만들었나 봅니다. 작은 아이는 너무 좋다면서 아빠와 저를 연신 뽀뽀하고 남편은 운동이 잘된다고 좋아하고 저도 덕분에 다리품을 열심히 팔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겨울에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리곤 했는데도 트레인을 따라가볼 엄두를 못냈는데 남편의 성화에 가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이렇게 가끔은 지는것이 이기는 것처럼 기대하지 않은 기쁨을 몰아오니까요.
오랜 시간을 걷고나서 모두 피곤하니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를 하자는 제안이 얼마나 반가운지...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서 봄인양 즐기다보니 이제는 여름이 기다려 집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없어서 서운키도 하지만 봄은 그대로의 화사함으로 우리의 생활속으로 찾아오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