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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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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팝과 함께 밤은 깊어가고....


BY 동해바다 2004-02-26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커튼을 살짝 젖혀 창문을 열어보니 온갖 쓰레기들이 미친년 
     널뛰듯 여기저기 나뒹굴며 공중쇼를 하고 있다.. 
     바깥 바람의 아우성에 두문불출하던 아이들까지도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다.. 

     내일모레 여고입학인 딸은 눈만 뜨면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을 하고 
     올 6월에 있을 수시에 운좋게라도 들어갔으면 하는 아들은 책상 앞
     에서도 틀어놓은 올드팝에 흥얼거리곤 한다... 
     공부를 하는건지 음악감상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아이답지 않게 가끔은 트로트나 아주 오래된 포크송을 좋아하더니 
     결국 올드팝에 푹 빠져 몇 개의 시디를 돌리고 또 돌린다. 

     이젠 흑백이 되어버린 추억의 한 페이지 ..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우리들의 꿈과 낭만 그리고 언제 들어도 듣기좋은 
     노래들.... 

     지금도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는 관객 대부분이 4,50대로 
     절반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처음 10, 20대로 관객을 메우던
     자리는 ABBA의 곡이 무대 위에 울려 퍼지며 입소문을 통해 중년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대박이라는 몇편의 영화역시 생전 영화라고는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에 성공했다니....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 속, 우리 중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 모든것
     들에 보고 듣고 느끼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만한 여유 부릴 호기는 아닌듯 
     싶어 매스컴으로 보여지는 즐거움으로 그 만족을 대체해야만 할 것 같다.   

     연극을 공연하는 소극장처럼 이곳 영화관은 무척 협소하다. 
     음향시설이나 청결함등 많은 면면들이 뒤떨어져,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혼자서도 영화구경을 잘하는 아들이 굳이 서울 영화관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얼마전 서울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를 보고 온 아들은

     "엄마....78년도에 고등학생이였지?" 
     "78년이면...엄마가 여고 졸업하던 해인데....왜?" 
     "이 음악 아세요?"

     영화를 보면서 엄마의 세대를 느끼고 왔는지 OST CD 한장을 구입하여
     삽입되었던 음악에 푹 빠졌나보다. 
     나역시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가끔 드라마 속에 삽입되어 흘러나오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보는 나이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날부터 아들의 방에선 올드팝이 흘러나온다. 

     문 틈으로 스며 들어오는 바람처럼... 
     닳고 닳았지만 내겐 추억이 그득 담긴 음악들이 아들의 방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올드팝과 함께 밤은 깊어가고 창문은 여전히 덜덜거리며 떨고 있다.. 

     Sometimes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