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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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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행복


BY 산아 2004-02-23

 

"오뎅을 먹으면 천원에 5개이고 우린 세명이니까. 먹으면 안돼 "
"그럼 무얼 먹지"
갑자가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앙증맞은 머리띠를 한

오목조목 귀엽게 생긴 아이가 눈을 감더니

"어떤 것을 먹어야 좋~을~까~요. 알~아 맞~춰 봅시다"

하면서 한참동안 노랫말을 중얼거리더니 떡복이로 결정했다며 다른 여자아이 둘을 데리고 우르르 분식가게로 들어갑니다.

 

오늘 모처럼 직장을 쉬고 유치원에 입학하는 다섯 살짜리 아들의
준비물품을 챙기다가 오른쪽 어깨가 결려 아이와 함게 파스를

사러 상가약국에 나왔다가 
예쁜 여자아이들이 분식집앞에서 "오늘은 내가 한턱쏠께"하는

어린이답지 않은 말에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같이

분식집에 들어가 오뎅 1인분을 시켜버렸다.

 

딸이 없고 아들만 둘인 내눈에 분홍색, 빨강색등의 옷을 입고

작은입으로 조잘거리면서 연신 떡복이를 입으로 가져가는

8살 여자아이들이  앙증맞은 제비꽃만큼이나 이뻐보입니다.

모처럼 하루 직장을 쉬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주변의 모든 것이 이뻐보입니다.

환갑이 넘으셔도 작은 분식가게를 운영하시며

서로를 위해 말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시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오늘 하루 작은아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고 같이 종이로 만들기를 하고
같이 그림을 그리며 놀아주었더니

작은입에 오뎅과 계란을 먹으면서 아이는
"엄마 오늘 사무실 안나가요"

하면서 몇 번이나 확인을 합니다.

 

 "엄마 우리 다음에 엄마사무실 쉬면 여기 또 오자" 하면서

아이는 엄마손을 잡고 모처럼 분식집에 온 것 하나로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린후 제법 날씨가 쌀쌀하여 밖으로 나온 나는

아이의 옷깃을 세워주고 모자를 씌워줍니다.

나의 오른손을 꼭잡은 아이가 겅중겅중 뛰면서

어깨춤을 추며 행복한 몸짓을 합니다.
나도 모르게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앞 트럭에서 해삼, 멍게, 낙지등을 팔고 있습니다.
인상좋아보이는 아저씨가

 "사모님 한접시 사다가 사장님 오시면 술한잔...카.."
하면서 신랑이 좋아하는 낙지로 나를 유혹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밤에 형제간에 돈빌려주는 문제로 화가나서
"항상 당신은 형제간의 봉이고 나는 하녀니까" 하면서

일방적으로 신랑에게 툭쏟아놓고서도
여전히 화도 나고 또한 미안한 마음이 있는지라

나도 모르게 해삼, 멍게, 낙지등을 합쳐 만원어치 사고 말았다.

 

그래!
열심히 일하는 신랑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리...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신랑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 자기 좋아하는 해삼,멍게,낙지에다 소주한병 사다 놓았으니까 빨리 들어와요"

남편에 대한 미움을 잠시접고 손은 내미니 저멀리서 남편의 행복해하는
목소리가 무선을 타고 마음으로 전해온다.

 

 

정말그래!
행복이란 돈이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야!
집에 들어오면 항상 웃는 아이들과 보름달 같이 편한
마누라 얼굴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남편.......
그런 소박한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