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하얀 설원을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설레임을 안고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 6시에 집을 나선다.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추운 날씨임을 실감케 하고
이른 새벽 자동차 정적만이 2월의 첫 날 아침 시작을 알린다.
4시간 30분을 걸려서 도착한 태백산이지만 피곤함보다는
재작년에 보았던 아름다운 눈꽃과 설경들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기운이 샘솟는다. 입구에서부터 아이젠을 차고
두꺼운 장갑을 끼고 그렇게 완전무장을 하고 출발한다.
아이젠을 신은 발이 처음에는 둔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체감을 느끼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름다운 겨울 산으로 너무 유명한지라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끝없이 이어진 많은 인파들에 밀려서 조심을 하며 산에 오른다.
조금 더 오르면 눈꽃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고 오르지만
따뜻한 날씨 탓인지 눈꽃은 온데간데 없고 땅에 쌓인
흰 눈을 한없이 바라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썩어서 천년'
도합 삼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朱木)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줄기가 얼마나 붉었으면 이름까지도 붉은주를 써서 주목이라 했을까
그 오랜 세월 비바람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낸
고고한 자태가 눈꽃을 못 보는 나를 위로하여 달래주는 듯 하다.
'시련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무의 기록은 처연하다. 주목나무의 결은
바로 시련이 승화된 꽃으로 목재 중에 으뜸으로 자리 매김해
놓았으며 붉은 목재 속에 각인된 간결하고 뚜렷한 삶의 무늬를
사람들은 갖기 원한다'고 산림생태학을 전공한 차윤정씨는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라는 책에서 말하였다.
죽어서도 고목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채 우뚝 서 있는
주목나무를 바라보며 다시 1567M의 정상을 향해 걷는다.
하느님의 아들이 내려온 하늘에 제사하는 산을 밝은 산(白山)이라
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밝은 산이라 태백산(太白山)이다.
우리나라 3신산 중의 하나로 산정상에는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고 또한 당골계곡에는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리는 단군성전이 있다. 하산길에는 눈 쌓인 길을 미끄럼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묘미가 있다.
단,미끄럼을 탈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가파른 길에 엉덩이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 오른 태백산은 마음껏 자연을 음미하고 가라고
두 팔 벌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그 곳에서 차갑지만 순백의 깨끗함을 한아름 건져 내려온다.
주목나무의 군락지 태백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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