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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아줌마 (미용실 이야기 30 )


BY 명자나무 2004-02-20

오늘은 아침 나절부터 끊이지 않고 손님들이 들어온다.
손님들이 계속해서 계실때는 모든 서비스가 셀프로 변한다.
녹차나 커피 마시는것도 스스로 알아서 타 먹기도 하고 서로 타주기도 한다.

부지런히 샴푸를 하고 있는데 낮설은 중년 아주머니가 들어오신다.
습관처럼 '어서오세요 조금 기다려주세요" 하니 머리 하러 온 사람이 아니고 시주 얻으러 왔다는데 얼굴은 피로가 잔뜩 쌓여있고 행색은 남루하다.

바지는 보살들이 입는 회색빛 절 바지를 입었고 웃도리는 평상복인걸 보니 절에서 시주 나온건 아닌거 같았다.

"여긴 교회 다녀서 시주는 안하는데 물이라도 한잔 드시고 가셔요"했다.
얼굴을 보니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을만큼 지쳐 보인다.

중화제 바르고 기다리던 언니가 얼른 녹차를 한잔 주니 털썩 의자에 앉는다.
녹차를 마시면서 열두집 시주를 얻어다 기도를 드려야 하는데 기운이 없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단다.

"아줌마 낮빛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그러지 말고 교회다녀 하나님을 믿으세요"
평소 전도 한 번 안 해본 나이롱 신자가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아줌마한테 교회다니라고 말을 건냈다.

샴푸한 손님 머리 말리고 드라이 하는 동안에 중화제 바른 언니랑 주거니 받거니 얘기 꽃이 피더니 중화제 언니가 주머니에서 돈 이 천원을 꺼내면서 차비나 하라고 준다.

짝수는 받는게 아니니 한장 더 달라고 한다. 천원 더 주면 파마 값 줄 돈에서 모자른다고 하니 내일 갖다주면 된다고 하니 가만 계산해보니 천원 손해는 누가 보는거야?

삼 천원을 챙긴 보살아줌마는 특유의 장단이 어린 목소리로 그집 사주를 봐주기 시작했다.중화제 언니는 연신 끄덕거리면서 윤달 두달하고 삼월, 석달을 조심하라고 하자 중화제언니는 양력으로 헤아리며 한달만 조심하면 되겠다고 말소리를 흘리는 중이다. 보살아줌마 답답한지 음력으로 하면 양력 오월까지 조심해야 한다고한다고 버럭 역정을 낸다.
오월까지는 너무 길다며 작아지는 목소리에 근심이 깔린다.


주인댁도 시주 좀하라고 자꾸 졸라댄다.
교회다니는 사람이 무슨 시주를 하냐고 퉁명을 떠니 그럼 음료수 값이라도 달라고 한다.
아니 언제 봤다고 음료수 값을 줘?
말은 그리 했어도 호기심으로 마음은 벌써 동했다.
"하나님 미련한 이 마음을 용서하시옵소서"
그러면서 천원짜리 두장을 꺼내서 드리면서 이건 시주가 아니라 아줌마 얼굴이 너무 안 돼보이니 가시다가 박카스라도 사서 잡수시라고 드리는거라 하니
줄줄줄 특유의 장단이 나온다.


대주가 어떻고 귀주(?) 가 어떻고 생전 처음 듣는 소리에 덜컥 겁이 난다.
오 마이 갓! 하나님...
"아이구! 난 이런거 한번도 안 봐서 무슨 소린지 알려줘도 못 알아들어요
안하셔도 돼요" 한다

"복은 아줌마한테 들었고 명은 아저씨 한테 들었으니 아줌마복으로 사는데 아저씨가 길게 오래살고 아줌마는 아저씨보다 일찍 죽는단다"
그러면서 죽을듯 죽을듯 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어디 몸이 아프지 않느냐고 해서 쑤시고 결리기는 하지만 어디 죽을만큼 아픈데는 없다고 하니 고개를 갸웃한다.



"하여간 돈 많이 벌으시고 새벽예배 빠지지말고 나가서 기도하면 소원을 이를테니 교회 열심히 다니라며 가버리는 뒷 모습을 바라보자니 기가 막혔다.
귀신들린자가 교회 잘 다니라고 충고하며 가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그러면서도 생명이 끊어질듯 이어온다는 말에 묘한 맘이 들었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이 덤 으로 얻어진 인생인가?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갑자기 이 시간들이 고맙고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젔다.
그래서 인생은 걷어 차이는 돌에서도 진리를 깨닫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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