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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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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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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마!


BY 선물 2004-02-16

언제나 웃음은 좋아 보인다. 어떤 모양의 웃음이든지 그 밝음이 좋고 방울 울리는 듯한 소리도 더없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웃음이라도 분명히 때와 장소를 구분해야 하는 책임은 따를 것이다. 웃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쿡쿡 어깨 들썩이며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웃음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짜증스런 씁쓰레함을 안겨 줄뿐이리라.

 그런데 웃음에 관한 한, 나는 별스런 구석을 갖고 있다.  별로 우습지 않은 일인데도 웃지 말아야 할 자리에 가면 더 우습게 생각되어 아무리 참으려 애를 써도 결국은 표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체면도 손상되거니와 분위기도 망쳐버리게 되어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손발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고 말일을 왜 참지 못하는지 나조차도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그것이 인력으로 안 되는 일 중의 하나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진실이기에...

 중학교 때, 무섭기로 유명했던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슨 일인지 잔뜩 언짢은 얼굴을 하신 그 분의 부릅뜬 두 눈을 본 순간 갑자기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나는 나를 원망하며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그 속내는 아랑곳 않고 키들거리는 웃음소리만이 조용한 교실을 가르며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선생님은 화가 많이 난 표정을 하시고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웃는 이유를 말해 보라고 다그치셨다. 하지만, 솔직한 것이 좋다고는 하나 차마 선생님 눈이 우스웠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냥 웃음이 나왔다는 애매한 대답 밖에 해 드리지 못했다. 그 말에 아이들까지 웃고 말았으니 그 때 나는 꼼짝없이 죽었노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웬 일인지 선생님께서는 노했던 표정을 거두시고 웃음은 좋은 것이라는 말씀까지 하시면서 그냥 나를 자리에 앉히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기도를 하는 시간이나 명상을 해야 하는 시간, 또는 촛불의식 같이 침묵해야 할 때도 나는 터무니없는 웃음을 터뜨릴 때가 많다.  물론 웃음을 터뜨리는 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참아 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내겐 의지만 있을 뿐 참아낼 힘은 부족하다는 엄청난 약점이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사람들까지 원망스럽고 괴물 같아 보이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한 친구는 나중에 내 웃음을 두고 악마가 곁에서 나를 유혹하며 간질이는 것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말까지 해 주는 것이었다. 그 때는 친구가 많이 얄미웠지만, 그래도 가끔은 친구의 그 엉뚱한 질책이 약이 되어 웃음을 붙들어 맬 때도 있다.

 얼마 전에도 또 예의 그 웃음 때문에 곤욕을 치를 뻔 했던 적이 있었다. 일요일 저녁미사 시간은 청년미사시간이라 일반인이 많이 참석하여도 일단은 청년들 위주로 예절을 갖추게 된다. 평화를 나누는 시간이 미사 중에 있는데 보통 미사 때는 주위 사람들과 서로 평화인사를 나누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미사 때는 청년들이 일일이 앞으로 나가서 신부님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그런 형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그 미사를 자주 가기에 별로 어색한 일이 아니지만 처음 그 의식을 보는 분들이라면 조금은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통 그 미사시간에는 맨 앞부터 여덟 째 번 줄까지는 청년들이 앉고 그 뒤로 일반 성인들이 앉도록 자리를 배치해 둔다. 문제는 아홉째 번 줄에 서 계시던 중년의 여성분이 착각을 하여 청년들 뒤를 따라 나간 데서 발생되었다. 물끄러미 앞을 쳐다보고 있던 내 눈에 그 중후하신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너무 재미나게 비쳤다. 거기에다 이상한 것을 눈치챈 그 분이 앞으로 가지도, 뒤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어쩔 줄을 몰라하는 모습을 보자 내 웃음보가 그 중요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터져 나온 것이다 . 다행히 신부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그 분을 껴안아 주심으로써 아주 조그마한 사건이 일단락 되었지만 나는 미사 시간 내내 청년들 뒤를 혼자서 졸졸 따라 가시던 그 아주머니 참으로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이 눈에 밟혀 혼자서 고개 숙인 채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다. 미사를 다 마치고 나오면서 괜히 민망해진 나는 다음 번에는 나도 청년들 뒤를 따라 나가겠다는 말로 무안함을 벗어 던지려고 하였다. 그 분도 아마 마음은 청춘이었을 거라는 그럴 듯한 변명과 함께...

 그래도 이 정도의 웃음들이야 큰 탈까지 날 것이 없으니 다행이지만 정말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정도로 잘못 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가끔씩 걱정이 된다. 만약 '웃음 순간 억제제'라는 것이 만약 만들어진다면 나는 상비약으로 꼭 지니고 다녀야 될 것이다.

 사실 요즘은 웃을 일도 줄어들고 웃는 사람들보다는 찌푸린 얼굴들을 많이 보게 되어 기운 빠질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웃음을 참으려고 진땀을 흘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가끔은 그렇게 웃을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