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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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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내복을 입는 나..


BY alice 2004-02-12

"아직도 빨간내복을 입는 사람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얼마전 알게된 한국에서 시집온지 얼마 안된 새댁이 내 등뒤로 들어난 내복을 보았는지 하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난 아무 생각없이 입었었는데.

 

하기는 나도 자주 입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벌 내복이라서..

 

5년전쯤 첫아이를 낳고서 산후조리할때였다. 모유를 수유하고 있기도 했고 가지고 있는 옷들은 임신복이 아니면 모두 몸에 꼭끼는 그런 못들뿐이어서 불편했다. 그래도 아이를 낳고서 임신복을 입는 것은 싫었다. "이제는 임신복에서 벗어나고 싶어." 혼자 중얼거리며 꼭끼는 옷을 입으려니 젖먹이는 자세가 편할수가 없었다.

 

산후조리를 하시러 서울서 오신 친정엄마는 벌써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계신게 많아서 아얘 이 기회에 얘기를 하신다.

산모가 따뜻한 방바닥에 몸을 눕혀있어야 하는데 침대생활에 따뜻한 것이라고는 바람뿐이니 속이 상하셨나보다. 게다가  갑갑해보이느 옷에 젖을 먹이는 것도, 아이낳고와서 바로 목욕하는 것도 산모가 하지 말아야 할것을 당당하게 눈치도 않보고하니 친정엄마로서는 속이 상하신거였다.

 

그리고는 엄마가 가지고 오신 여벌의 내복을 내미셨다. 넉넉한 크기이며 색도 빨간색인데. 어쩌면 막내 아들이 첫월급으로 사온것일지도 모르지. 다른 내복보다는 색이 튀는 것이었는데 엄마는 입어야 한다고 막무가내셨다. 미역국도 많이 않먹는다고 괜이 미국까지 오셨다고 눈물까지 글썽이시면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효도하는 샘치고 입자. 라고 생각하고 입으려니 남편도 웃고만 있다. 막상 입어보니 따뜻하고 넉넉해서 아이 젖먹이기도 쉽고해서 잘입었다.

 

친정엄마는 떠나시면서 내복이 없으니 가지라면서 주고 가셨다. 그후로 한동안 입지 않았던 내복이 이었다.

 

다시 내복을 꺼내입은 것은 미국의 중서부 지방인 인디애나로 이사하면서 였다. 오대호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벌판을 거쳐 맵게 불어오는데 나의 아이는 밖에서 놀아야 직성이 풀렸다. 이웃 아이들이 눈이와도 비가와도 추워도 나와 뛰노는데 추위를 타는 나와는 다르게 아이는 정말 몸살을 했다. 아이는 스키복을 입고 나가 놀지만 난 아이와 함께 행동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했기에 내복을 입고 옷을 껴입어서 가볍게 입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엄마의 빨간내복은 내 생활에 아무 거부반응없이 자리잡고 있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 두 아이를 데리고 샤핑이며 놀이터며 돌아다니고 하는데는 내복은 필수가 되었다. 겨울에도 두꺼운 잠바나 털코트보다는 운전할때도 편하고 아이를 안고다니기에도 편한 얇은 잠바가 편하니 내복을 입고 다녀야 든든한 것은 기정 사실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럼없이 빨간 내복의 애용자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아하..

이렇게 되면서 중년으로 접어드나보다. 이제 내 나이도 젊은 나이가 아니고 중간에서 후반을 달리는 나이로 접어드나 보구나. 사실이지 아 암..

 

하지만 가끔은 친정엄마가 오래동안 계시다가 가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비행기 타기도 체력이 바쳐주지 않으시다며 못오시는 친정엄마..내복 주고 가시면서도 못내 속상하신 표정을 보며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나도 이렇게 엄마의 빨간 내복으로 따뜻한 한 해를 보내며 엄마를 닮은 엄마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