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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슬 2004-02-11

 늦은 아침 잠을 즐기고 싶은 날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꼬끼오~'하고 울어 대는 닭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아이 씨!~ 저놈의 …잡아 먹지도 않나?'

거실로 나와 건너편 집 옥상위에 있는 닭 장을 보니 또 화가 납니다.

지난 봄부터 저 건너편 집 옥상위에 어설픈 철망으로 된 닭장 속에 몇마리의 닭이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있으면 잡아 먹어서 없어 지겠지? 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달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닭들의 숫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닭들은 날이 갈수록 우렁차고 씩씩하게 울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한 녀석이 울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목청껏 울어 대기 시작합니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는 새벽에 울어 시계역활을 했다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서 인지 요즘 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니 황당하기만 합니다.

어떨때는 새벽3시에도 울고  또 다른 날은 대낮에도 오후에도 마구마구 울어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닭들의 주인은 닭을 요리해서 파는 닭 장사 입니다.

시장에서 사온 닭들을 옥상에서 얼마 동안 키우면 놓아 기른 닭으로 변신을 하고 닭값은 비싸지게 되는 것입니다. 닭 주인이 닭을 잡아서 팔면 다시 시장에서 잡은 숫자만큼 사다 넣으니 닭의 숫자가 줄지 않을 수 밖에요. 닭때문에 이웃에서 얼굴 붉힌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닭 주인은 주위의 불편한 소리에 끄덕도 하지 않습니다. '의지의 한국인' 제가 만든 닭 주인의 별명입니다. 견디다 못한 이웃들은 동사무소에 신고도 해보았습니다.

자기 집 옥상이니 동사무소에서는 '민원이 생겼으니 키우지 않도록 해보시라고'밖에 못하신답니다. 그러니 서로 잘 의논하는수 밖에 방법이 없고 그도 아니면 경찰서에 고소를 할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낯설고 이기적인 이웃이라 해도'고소'라는 단어는 제게는 낯설기만 합니다.

저희 집은 3층이고 닭들은 한 집 건너 단층집 옥상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닭들의 배설물 냄새는 바람을 타고 이집 저집으로 드디어 3층인 저희집으로 날아 왔습니다. 다행히 더워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고 지내니 견디기가 그래도 수월했습니다.

 닭 때문에 잠이 깬 이 아침에 벌써 다가 올 여름을 걱정하게 됩니다.

 닭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88올림픽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호돌이 마스코트를 내세웠다면 1998년 월드컵때 프랑스 선수들은 가슴에 닭 문양을 달고 뛰었습니다. '새벽 어둠을 몰아내고 태양을 불러 내는 새'. 닭이 프랑스의 국조( 國鳥)가 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직후 로베스피에르 정부 때입니다.

권위의 상징인 독수리에 때문에 2번이나 국조에서 밀려 나기도 했습니다. 공화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프랑스 국조의 지위를 굳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닭이 민주화운동에 동원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1970년 군사정권시절'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했던 김영삼(Y.S)당시 신민당 총재의 일갈이 그것이었습니다. 새벽을 알리는 첫 닭의 울음소리를 '새 시대의 개막'에 비유했던 YS의 연설은 당시 국민들의 가슴에 호소력 있게 파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닭이 이제는 저는  싫습니다.

단순히 제 잠을 깨운다는 이유 말고도 이름도 낯선'조류독감'이라는 병의 매개체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인명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최근 베트남의 한 연구소에서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유전자 배열 해독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어서 조류독감 백신이 개발되고 사육농가도 집단폐사의 공포에서 벗어 나고 치킨점들이 활기를 되찾기 바랍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여름이 오기 전 옥상위의 닭들의 주인과 담판을 지어 볼 요량입니다. 원만한 협상을 말입니다.